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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된 곡물저장 시설, '가장 큰 벽화'로 기네스북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인천시 중구 월미도 인근에 있는 인천 내항 7부두에는 아파트 22층 정도인 48m 높이의 오래된 건물이 들어서 있다. 기둥 16개(총 길이 168m)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인 데다 빛바랜 국방색이라 처음 본 사람들은 군수용품 공장이나 무기저장고 등 군 관련 시설이라고 착각한다.

이곳의 정체는 사일로(silo, 시멘트·자갈·광석·화학제품·곡물 등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다량으로 저장하는 세로형의 건조물)다. 외국에서 들어온 사료용 곡물 등을 보관하기 위해 1979년 건설된 곡물 저장고인데 거대한 크기와 투박한 외관 등으로 각종 오해의 대상이 됐다. "항구에 왜 저런 시설이 있는 것이냐"는 문의도 잇따랐다.

슈퍼 그래픽 조성 작업을 거친 인천 내항 사일로의 현재 모습.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사진 인천시]

슈퍼 그래픽 조성 작업을 거친 인천 내항 사일로의 현재 모습.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사진 인천시]

세계 최대의 야외 벽화 

흉물로 치부됐던 인천 내항 사일로가 새 옷을 입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린다.
인천시는 인천 내항 사일로에 그려진 벽화가 '세계 최대 야외벽화'로 인정받아 기네스 월드 레코드 홈페이지에 게재되고 앞으로 출간되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예정이라도 17일 밝혔다.
사일로 벽화의 전체 도색 면적은 2만5000㎡로 이전 기네스북 기록인 미국 콜로라도 푸에블로 제방 프로젝트(1997년 작·1만6554㎡)보다 8446㎡나 큰 축구장 4배 규모와 비슷하다.

사실 그동안 인천시와 내항을 관리하는 인천항만공사 등의 입장에서 사일로는 고민거리였다.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 곡물을 보관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건물이지만 도시 미관 등엔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천 내항은 2015년부터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변이 정비되면 투박한 사일로의 모습은 더욱 도드라질 수 있다.

슈퍼 그래픽 조성 작업을 거친 인천 내항 사일로의 현재 모습.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사진 인천시]

슈퍼 그래픽 조성 작업을 거친 인천 내항 사일로의 현재 모습.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사진 인천시]

이에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등이 내놓은 방안이 슈퍼그래픽 사업이다. 아파트·공장·학교 등의 외벽을 대형 그래픽으로 장식해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바꾸는 것으로 1920년대 미국과 멕시코의 벽화 운동에서 유래됐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5억5000만원을 들여 초대형 벽화를 완성했다. 그림을 그리는 데 들어간 페인트양만 86만5400L에 이른다.

16개 기동, 16권의 책으로 표현 

벽화 디자인은 넓적한 기둥 모양을 살리기 위해 '책'으로 정했다. 16개 기둥을 16권의 책으로 표현을 해 어린 소년이 책 안으로 물과 밀을 가지고 저장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어른으로 성장해 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봄·여름·가을·겨울 북 커버 장식이 그려졌고 성장 과정을 의미하는 문구도 그려졌다.

인천 내항에 들어선 곡물저장용 사일로. [사진 인천시]

인천 내항에 들어선 곡물저장용 사일로. [사진 인천시]

인천시는 사일로 벽화가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월미도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용 중인 노후 산업시설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 경관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사례로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고 일부로 찾아와 구경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며 "세계 유수의 디자인대회에도 출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일로 벽화 기네스 기록등재로 인천지역은 ▶영종도 스카이75 골프클럽(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연습장), ▶영종대교 휴게소 내 포춘베어(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 조각품) 등 3개의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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