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名所]눈 펑펑 오는데 열대과일 '주렁주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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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수목원에 있는 열대과일. 왼쪽부터 불수감, 하귤, 분홍바나나, 잭후르츠. [중앙포토]

대구수목원에 있는 열대과일. 왼쪽부터 불수감, 하귤, 분홍바나나, 잭후르츠. [중앙포토]

영하 기온에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대구 도심에 이색 열대과일과 식물이 주렁주렁 열렸다. 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대구수목원의 이야기다. 100여종 2000여개의 열대과일과 식물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지난 2016년 6월 대구수목원은 이색 열대 과일을 소개하기 위해 수목원 안에 열대과일원이라는 이름의 온실을 지었다. 해를 넘기면서 결실을 보았고 다양한 열대과일과 식물이 날씨와 상관없이 그 속살을 보인다.

분홍바나나. [사진 대구수목원]

분홍바나나. [사진 대구수목원]

대구 수목원 측은 17일 "눈이 내리고, 영하권에 접어든 이달 들어 평일 100여명, 주말 200여명씩 일주일에 900명 이상의 관람객이 꾸준히 열대과일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추위를 피하면서 이국적인 볼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겨울철 도심 명소가 된 셈이다.

1000㎡ 크기의 대구수목원 열대과일원에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열대과일과 식물이 가득하다. 평균 온실 내 기온은 영상 13도 정도다.

하귤. [사진 대구수목원]

하귤. [사진 대구수목원]

파파야·망고·파인애플·구아바 같은 친숙한 과일 뿐 아니라 이름마저 생소한 과일이 곳곳에 매달려 있다. 키가 삼척이 돼야 열매를 맺는다는 삼척바나나, 이름만 들어도 크기에 놀랄 자이언트바나나도 있다.

무더운 여름에만 먹을 수 있다는 하귤, 부처 손을 똑 닮았다는 불수감도 있다. ‘숲의 버터’라고 불리면서 요즘엔 비빔밥 재료로 뜨고 있는 아보카도, 열매 안이 지구를 닮았다는 판다누스 야자도 있다.

『톰소여의 모험』 작가 마크트웨인은 한 과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이 아는 한 가장 맛있는 과일이다.” 마크트웨인이 극찬한 과일인 체리모야가 열대과일원에서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레몬은 우리가 아는 레몬이라고 믿기지 않는 크기의 왕레몬, 그 왕레몬 옆자리엔 아이 얼굴만 한 열대 과일 만백유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라비카·옐로부보본 같은 커피나무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뷔페식당 후식 단골 메뉴 람부탄도 열대과일원에 둥지를 틀었다.

대구수목원 전경. [사진 대구수목원]

대구수목원 전경. [사진 대구수목원]

대구수목원이 있는 자리는 원래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2002년 5월 대구시가 이 쓰레기 매립장 위에 성토해 전국 처음으로 수목원을 조성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쓰레기 매립장의 획기적인 변신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열대 과일과 식물이 주렁주렁 매달린 대구수목원 바닥 아래엔 쓰레기가 가득 매립된 상태다. 열대과일원을 포함해 대구수목원 전체는 따로 관람료가 없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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