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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강의와 화염병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31일 오후3시 서울대 26동 대형강의실에는 6백 여명의 학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서 김수행 교수 (경제학) 의 공개강좌「자본론」을 읽는 방법』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었다. 『「자본론」은「마르크스」가 영국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본주의사회의 본질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고전입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운동의「교과서」인 『자본론』 에 대한 이 강좌에는 학부신입생부터 박사과정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두루 참석, 기존의 정규강의가 채워주지 못한 진보적 학문에 대한 학생들의 갈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능케 했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배워왔던 「마르크스」와 「자본론」에 대한 부정일변도의 시각이 많이 깨어져나간 느낌입니다.
번역된 책이라도 꼭 읽어볼 작정입니다.』 한 신입생의 청강 소감.
『「자본론」의 정확한 이해는 공산주의와 북한사회에 대한 체계적 비판뿐 아니라 노사갈등이 날카로운 우리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필수적입니다.』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의 말.
같은 시간 도서관 앞 광장에는 5백여 학생들이 모여 「민중운동 탄압하는 노 정권 퇴진투쟁본부 발족식」을 가진 뒤 가두로 진출하려다 저지하는 경찰과 교문을 사이에 두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김 교수가 강의하는 26동 옆 학생회관으로부터 끊임없이 화염병 상자를 교문 쪽 으로 나르고 있었다.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정교한 이론체계가 아니라 강고한 실천투쟁입니다 .』
강의실 밖의 「실천투쟁」은 학교주변을 깨진 화염병과 최루탄가스로 물들여 놓은 채 2시간만에 끝났다.
강의실 안의 『자본론』과 거리에 널려진 「화염병」을 보면서 모든 사람이 「좌경」으로 매도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자본론』을 읽고 「폭력적」인 화염병 투쟁이 사라질 날이 언제일지 생각해보았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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