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토종 박사' 홍콩 교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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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국내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친 '토종박사'가 해외 유명 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인문계 토종박사가 해외 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대 경영대는 올 8월 박사학위를 받는 손병철(41)씨가 최근 홍콩 4대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홍콩시티대 조교수로 임용됐다고 11일 밝혔다.

서울대에 따르면 홍콩시티대 측이 논문의 우수성과 탁월한 영어 강의 능력을 들어 미국 유수 대학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제치고 손씨를 임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손씨는 특히 B-4에서 B-11까지의 이 대학 연봉 등급 가운데 미국 박사들이 통상 받는 B-7이나 B-8보다 높은 B-10 등급을 약속받아 의미가 더 크다.

대구 출신인 손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상고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 취직했으나 곧 진로를 바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수석 졸업했다. 증권회사와 컨설팅 회사 등에 다닌 뒤 통상 4~5년 걸리는 박사과정을 3년 만에 끝냈다.

손씨는 대학 시절부터 특히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대학 3학년 때 미 의회가 주관하는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고 4학년 때는 영문과 수업에서 알게 된 미국인 교수와 함께 지내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후배들에게 "실력이 뛰어나면서도 영어 구사 능력 때문에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하루 한시간 이상 반드시 영어공부를 하라"고 조언했다.

손씨의 논문은 기업가치 평가모형 개발에 관한 것이다. 1995년 미국의 회계학자 올슨이 만든 회계학적 평가모형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손씨를 지도한 서울대 곽수근 교수는 "어디서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해외 유수 대학 교수로 임용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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