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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헬리오시티 주민은 왜 조희연 등을 때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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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교육감. [중앙포토]

조희연 서울교육감. [중앙포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돌했다. 한 주민이 조 교육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신설 학교 3곳 혁신학교 지정하려 하자 입주 예정자 반발 #토론과 활동 중심 혁신학교...호응 있지만 학력 저하 우려도 #입주 예정자 "교육감 취향으로 주민 선택권 박탈"

12일 오후 조 교육감은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송파구 헬리오시티 주민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헬리오시티는 9510세대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로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입주에 맞춰 내년 3월에는 단지 내에 가락초, 해누리초·중이 개교할 예정이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이 이들 3개 학교를 모두 혁신학교로 지정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는 오후 1시부터 1시간 30여분간 진행됐다. 주민 대표들은 혁신학교 지정 취소를 이 자리에서 결정하라고 요구했지만 조 교육감은 당장 결정은 어렵다며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주민들이 복도에 누워 길을 막았고 경찰이 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뒤엉키다가 한 주민이 조 교육감의 등을 때렸다. 이 광경을 현장에서 목격한 송파경찰서 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이 주민을 체포했지만 조 교육감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풀려났다. 폭행죄는 '반의사 불벌죄(反意思不罰罪)'로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를 할 수 없다.

9510세대에 달하는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 모습

9510세대에 달하는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 모습

앞서 헬리오시티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혁신학교 지정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한꺼번에 세 곳이나 혁신학교로 멋대로 지정하면서 학부모 동의를 받는 원칙은 왜 정했느냐"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 규정에 따르면 일반 학교가 혁신학교로 전환하려면 학부모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신설 학교는 재학생이 없어 이런 절차가 없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신설 학교는 정책적 필요에 따라 교육감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우선 일반 학교로 개교한 뒤 혁신학교 전환 여부를 학부모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헬리오시티입주협의회는 "교육감 개인 취향에 따른 권력 행사로 인해 교육 선택권을 박탈당했다"는 성명을 냈다.

2009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공약으로 내세운 혁신학교는 이후 진보 교육감의 공통적인 정책으로 떠올랐다. 지역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진보 교육감이 혁신학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입시 위주, 지식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활동 중심의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청 지원도 일반 학교보다 많고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도 갖고 있어 토론 수업이나 예체능, 특기 적성 활동이 풍부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천초등학교를 찾았다. 깍두기 담기 수업에 참석한 유 부총리가 조 교육감에게 깍두기를 먹여주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천초등학교를 찾았다. 깍두기 담기 수업에 참석한 유 부총리가 조 교육감에게 깍두기를 먹여주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력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급 학교 입시에서 성공하려면 학습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혁신학교는 공부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많다.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 주민들은 "혁신학교 학업 성취도가 하락하는데도 불구하고 우수하다고 주장한다"며 "조 교육감 자녀는 외고를 졸업했는데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주민들도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까지 지정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지정을 강행할 경우 주민들은 소송전에 들어갈 방침이라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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