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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권양숙 “시장님과 저를 공범으로 몰아…죽을죄 지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범에게 공천을 기대하며 거액을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10일 광주지검에 출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범에게 공천을 기대하며 거액을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10일 광주지검에 출석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여)씨가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수사당국으로부터 회유·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시장 측 대변인 역할을 맡은 이지훈(전 광주관광컨벤션뷰로 대표이사)씨는 11일 밤 광주지검 앞에서 사기범 김씨가 지난달 5일 윤 전 시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는 윤 전 시장이 같은 날 전남지방경찰청에 사기 피의자 김씨를 엄벌해달라며 제출한 진술서에 첨부된 자료다.

김씨는 윤 전 시장에게 보낸 문자에서 ‘죽을 죄를 지었다. 경찰과 검사는 시장님과 제가 공범이라고 몰고 있다. 공천 알선수재는 3년이고 사기로는 5년이라고 잘 생각하라고 회유·협박했다. 시장님께 어떤 회유를 했는지 듣고자 했다. 시장님께서는 제게 속아 돈을 주신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제 입에서 나올 말은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제가 잡혀갔을 때 처음부터 물었던 것이 공천 대가 아니냐는 것이었고 저는 부인했다’며 ‘제가 조사 중 말했다는 것은 다 거짓이다. 윤 전 시장은 제게 속아서 돈을 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제 입에서 나올 말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과 연관이 있는 내용의 문자가 오갔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씨는 ‘제 전화기는 문자 복구가 전혀 안 됐다. 우려스러운 것은 시장님 전화기 본체를 바꾸셨으면 한다. 만일 (수사당국이 휴대폰을) 회수·복구한다면 몇 가지 우려스러운 문자 내용이 있다. 시장님께서는 기억하지 못하신 것 같은데 문자로 얘기하신 내용이 있다’고 했다.

윤 전 시장은 이같은 문자메시지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면서 “저의 불찰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이번 사건의 주범인 사기 피의자김씨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조치가 취해지길 청한다”고 밝혔다.

윤 전 시장은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지난해 11월 3일두 차례에 걸쳐 김씨와 통화한 내용도 적시했다.

진술서에서 윤 전 시장은 “내가 선거를 앞두고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느냐 물었고 김씨는 ‘아니요. 나는 조직도 없고 시장님 일에 도움을 줄 수도 없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당신이 권 여사를 사칭하면서 주위에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아서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가 며칠 후엔 딸 노정연이 어려움이 있어 중국에서 못 들어 오고 있다고 하면서 몇 개월만 차용해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장현 전 시장은 12일 0시 20분 2차 검찰 소환조사를 끝낸 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검찰 조사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해 검찰의 조서에 날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전 시장은 권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씨에게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 1월 말까지 4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건넸다. 또 김씨의 자녀가 ‘노무현 전 대통령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시 산하기관과 사립학교 등에 채용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검찰은 그러나 윤 전 시장이 공천 대가로 김씨에게 4억5000만원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시장이 김씨와주고받은 268개의 문자 메시지와 돈을 보낸 시기 등의 정황으로 볼 때 공천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시장은 이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딸이 사업상 어려움으로 중국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속은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직권남용·업무방해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윤 전 시장은 김씨의 자녀 채용과정에 관여한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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