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고용노동부 내년 업무보고에서 "국민 평가 엄중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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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올해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년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숫자가 굉장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고용정책에 대한 질책이다. 고용노동부의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고용노동부 내년 업무보고 #문 대통령 "국민 평가 엄중하다" #"일자리 늘어난 숫가자 굉장이 많이 줄었다" #자영업 여성에게도 출산휴가 급여 #실업급여 기간 연장, 급여도 상향 조정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받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추진 #자동차·조선 구조조정 본격화 예상 #고용동향 모니터링 강화…광주형 일자리 악재

문 대통령은 "고용보험 가입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성과가 많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는 아주 엄중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에서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용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내년부터 임시직이나 일용직, 캐디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자영업에 종사하는 여성에게도 출산휴가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보고했다. 90일 동안 최대 150만원이다. 현재는 고용보험법상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만 받는다.

출산한 배우자의 남편은 현재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휴가를 유급 10일까지 갈 수 있다. 다만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소기업에 한해 5일 치 임금을 지원한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은 한 달 늘어난다. 지급액은 현행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오른다. 저소득층에게는 구직촉진수당 명목으로 3개월 동안 월 30만원이 지원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들 제도가 시행되면 고용보험의 재정악화가 불가피하고, 실업 장기화나 반복수급 증가와 같은 모럴해저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내년에 자동차나 조선에서 구조조정이 우려된다고 봤다. 그래서 이들 업종에 대해 고용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맞춤형 훈련 지원, 고용장려금 지급과 같은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위탁 생산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에 악재다. 기존 직원조차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설비 투자와 생산을 꾀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여서다.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이나 결정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실상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결정한다. 경제상황이나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 방침만 이행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올해 안에 실업자나 공무원에게도 노조가입 자격을 주는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도 추진한다. 고용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안을 바탕으로 논의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경사노위공익위원안이 한국 현실에 부합하느냐다. 소방공무원 등이 집단연가투쟁으로 사실상 파업을 하거나 실업자가 노조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기업 단위 노사관계가 큰 갈등을 빚을 수 있어서다.

청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청년구직활동 지원금과 청년추가고용 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합해 1조8298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들 돈은 중소기업에 인센티브 형태로 지원된다.

경총 관계자는 "현금성 지원은 청년 고용에 효과가 거의 없다"며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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