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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딸 성폭행 혐의 징역 6년 받은 계부, 2심서 ‘무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재판 선고 일러스트. [연합뉴스]

재판 선고 일러스트. [연합뉴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동거녀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60대 남성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행위를 진술했을 가능성이 커 성폭행 피해를 봤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 신동헌)는 장애인 강간·장애인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A씨(62)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4년 전부터 B씨(27) 모친과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A씨는 지난해 10∼11월 새벽 주거지에서 B씨를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진술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 등을 볼 때 B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며 “증거로 제출된 속옷에서 A씨의 DNA가 발견된 점 등이 B씨의 진술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계속해서 바뀌고, 실제 동거 기간은 4년에 불과한데 20년 동안 A씨와 같이 살았다는 등 명백히 사실관계에 반하는 내용을 마치 직접 경험한 것처럼 진술했다”며 B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성폭행 사실을 진술하면서도 소리 내 웃고 유쾌한 반응을 보이는 등 지적장애를 고려하더라도 강간을 당한 피해자로서는 독특하고 부적절해 보이는 감정 반응을 빈번히 드러냈다”며 “전문심리위원 역시 성 경험을 망상적 신념의 틀에 맞게 재구성·왜곡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범행 사실이 없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증거로 제출된 속옷에 대해선 “재판 과정에서 처음 증인으로 나선 B씨 역시 모친이 A씨와 성관계를 한 후 벗어놓은 속옷을 입고 있다가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증언했다”며 “속옷에서 B씨 모친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에 비춰 볼 때 B씨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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