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줄 알았는데 살았다"…90도 꺾인 KTX열차 '처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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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7시 35분쯤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발생한 서울행 KTX 열차(KTX 806)탈선 사고 복구는 10일 오전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KTX 탈선 사고 직후 코레일이 250명의 직원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복구는 오는 10일 오전 2시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사고로 운행이 중단된 강릉선 진부역∼강릉역 구간 운행은 주말 내내 불가능할 전망이다.

KTX탈선 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과 코레일 관계자 들이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레일에 따르면 이 열차는 이날 7시 30분 강릉에서 출발했으며 강릉역과 진부역 사이에서 선로를 벗어났다. 객차 10량 중 4량은 완전히 궤도를 벗어났고, 나머지 6량도 조금씩 선로를 이탈했다.

8일 오전 7시 35분 KTX강릉선 탈선으로 14명 다쳐 #승객들 "갑자기 발생한 사고에 안내방송도 없었다"

코레일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당시 열차에는 승객 198명, 기관사 1명과 승무원 2명 등 모두 201명이 탑승해 있었다. 기관사 윤모(45)를 포함해 승객 14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탈선한 KTX 열차에서 승객틀이 탈출하고 있다. 이 사고로 승객 1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코레일은 버스를 이용해 승객들을 진부역으로 이동시킨 뒤 다른 열차로 환승 조치했다. 강릉역에서 출발해 태백선-영동선을 이용하는 일반열차는 무궁화호 3개 열차만 중지시키고 나머지 열차는 정상 운행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강릉역에서 진부역까지는 대체 버스 27대를 동원해 우회 수송하고, 진부역에서 서울역까지는 정상 운행 중"이라며 "강릉선을 지나는 KTX와 일부 일반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계속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KTX 강릉선 열차가 탈선해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사고 당시 승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승객 채경제(53)씨는 "출발하고 10분 남짓 지났을 때 마치 자동차가 요철을 지날 때 '탁탁탁' 치는 것처럼 소리가 들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열차가 흔들리면서 서서히 속도가 줄어들더니 기울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너무 갑자기 발생한 사고여서 그런지 별다른 안내방송은 없었다"며 "안전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탑승객 이모(22)씨는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며 "죽는 줄 알았는데 살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승객은 “열차의 앞 2량은 'T'자 형태로 90도가량 꺾였고, 선로가 파손됐으며 열차가 들이받은 전신주는 완전히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열차를 탈출한 승객들은 사고지점 인근 비닐하우스 안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일부 승객들은 탈선한 열차 근처를 기웃거리며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현장에 사고 수습대책본부를 꾸리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코레일은 또 운행 조정된 열차의 승차권 구매 고객에게 문자를 통해 연계수송, 운행중지, 전액환불 등의 조치사항을 알렸다. 국토부는 수습을 위해 20여 명을 사고 현장으로 파견했다. 또 국토부 산하 항공척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도 파악할 예정이다.

강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