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F-15K를 찾아서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은 F-15E를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 자신에 도움이 되는 우방에 팔며 철저한 경제적.군사적 이득을 취한다. 구매 국가는 수십 대에 수십억 달러를 쓰면서 주변국에 대한 견제력을 확보한다. 구매국의 주변에선 '왜 샀는지'를 놓고 긴장한다. F-15K엔 국제정치.군사학이 담겨 있다. 이런 F-15K가 추락하는 바람에 동북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가장 긴장하는 사람들은 서울에 파견된 각국의 무관들이다. F-15K 5호기가 추락하자 일부 국가의 무관들은 일제히 첩보 안테나를 가동했다. 군 관계자는 "외국의 무관에게서 F-15K 추락에 관한 문의가 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각국의 정보기관으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 중국 국가안전부(MSS),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등이 있다. 제작사인 보잉도 기술담당 책임자를 한국에 급파했다.

<크게 보기>

◆ 동맹국에만 판다=F-15E는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일본.한국.싱가포르에 도입됐거나 도입이 예정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내 미국의 우방이다. 이스라엘은 2003년 8월 미국에서 구입한 F-15E 전투기를 2900㎞ 떨어진 폴란드까지 몰고 갔다 왔다. 1300㎞ 떨어진 이란에 대해 "핵 개발을 하면 공습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위한 것이다. F-15E 계열 전투기를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의 F-15K는 대북 방어력 확대가 우선적인 임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견제력으로 기능할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동남아에서 반미 이슬람 테러 조직이 세력을 확대하자 지난해 미국과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가 F-15E를 도입하는 것을 결정했다. 국방연구원의 차두현 국방현안팀장은 "F-15K와 같은 첨단 무기를 미국이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같은 적대국가에 파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일본 보유기보다 성능 뛰어나=F-15K는 동북아에서 전투력이 가장 뛰어난 전투기로 알려져 왔다. 미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E에 개량된 레이더와 각종 장치를 장착했다. 일본이 보유한 F-15J와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성능은 더 뛰어나다. 적기를 추적하는 능력이 앞서고 신형 미사일을 사용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Su-계열 전투기보다 공중전과 지상공격력이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라크 전쟁에서처럼 F-15K는 적진으로 침투해 합동직격탄(JDAM)과 벙커버스터(벙커파괴폭탄)로 상대방의 지휘부나 주요 군사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F-15K에 처음으로 장착되는 SLAM-ER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인공위성이나 무인정찰기가 포착한 자료를 받아 표적을 정밀 공격한다. 이 미사일은 280㎞ 떨어진 곳에서 시속 60 ~70㎞로 달리는 자동차를 파괴할 수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 바로잡습니다

6월 10일자 3면 '추락한 F-15K를 찾아서'기사에서 F-15E는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일본.한국.싱가포르에 도입됐거나 도입이 예정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도입한 F-15J는 F-15E형이 아니라 이보다 구형인 C/D형이며, 사우디아라비아의 F-15S는 동체는 F-15E급이지만 내부 장치는 C/D급이기에 바로잡습니다. F-15E는 장거리 요격용(공대공)인 A~D급의 기체를 60%가량 새로 설계해 성능을 개량하고 지상공격기능을 추가한 전투기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