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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대식가 71세 손학규 단식…당내서도 이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정치권에 소문난 대식가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예산처리 강행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7일 아침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예산처리 강행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7일 아침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2012년 8월 한 언론인터뷰에서 “하루 세끼 매번 밥을 두 그릇 정도 먹는다. (체력은) 밥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올해 10월에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먹방’을 찍기도 했다.

밥심을 중요시하는 손 대표가 6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손 대표의 요구사항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변경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손 대표는 1947년생으로 올해 71세다. 고령 때문에 단식을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다. 손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고민을 밝혔다.

“많은 분이 별안간 단식은 위험하다, 후유증도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나 제 목숨을 바치겠다고 나선 단식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 물만 먹고 필요하면 손가락에 소금 좀 찍어 먹고 견디겠다.”

손 대표가 “단식을 안 하고 싶다”면서도 단식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건 그의 정치적 소신 관철과 당내 상황 등이 얽혀있다.

손 대표는 다당제 신봉자다. 그러기 위해선 선거제도 변경이 필수다. 현행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는 양당 구도를 고착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특히 당내에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식 이야기가 나왔다. 김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10월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등을 내걸고 13일간 단식투쟁을 했고, 실제로 지방선거 실시라는 성과물을 끌어냈다. 장진영 바른미래당 전 최고위원은 이날 당 규탄대회에 참석해 “손 대표께서 그 역사적인 교훈을 새기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2016년 10월 정계 복귀한 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개헌 등을 자신의 마지막 정치적 과제로 꼽아왔다. 손 대표는 이날 자신을 찾아온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혹시라도 민주당과 청와대, 그리고 자유한국당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나이도 들고 힘도 없지만 내 목숨 하나 바쳐서 (선거제를) 좀 바꿔보자고 해서 여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당 대표라는 측면에선 구심점이 약화된 당을 안정시킬 기회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이학재 의원 등 과거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는 2020년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푸념이 당내엔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연동형이든 권역별이든 선거제가 바뀌면 민주당과 한국당 외 제3세력도 생존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선거제 개혁 합의를 거부하고 예산안 처리를 합의 한것과 관련해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선거제 개혁 합의를 거부하고 예산안 처리를 합의 한것과 관련해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손 대표의 단식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현재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이 요구하고 있는 예산안과 선거제도 연계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이견이 나와서다. 이날 오전 서울대에서 특강을 한 유승민 전 대표는 “손 대표 단식은 국회 가서 찾아뵙고 만류할 생각”이라며 “선거제와 예산안 연계 문제에 대해 (저는)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심의하는 게 맞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단식을 할 때는 그저 죽겠다는 각오로 단식해야지 혹시 적당히 어느 선에서 물러나서 빠져나가는 게 출구전략이라면, 나는 출구전략이 없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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