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민은 살기 힘든데 … 의정비 인상 여념 없는 지방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방의회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며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26일 바른미래당 울산시당이 각각 의정비 인상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의회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며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26일 바른미래당 울산시당이 각각 의정비 인상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의회가 경기 불황과 최악의 실업률은 외면한 채 의정비 인상에만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수당은 자체 의결” 법 바뀌자마자 #광역·기초의회 앞다퉈 인상 추진 #대구·광주 등 “공무원만큼 올리자” #충북 1600만원 올리려다 비판 자초

지난달 26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 바른미래당 울산시당 관계자들이 “조선업 불황과 자동차산업 침체 속에 시의원들이 의정비만 올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울산시의회가 내년 의정비 중 월정수당을 2.6%(211만원, 연 총액 기준)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다. 정의당 울산시당 역시 이날 ‘의정비 인상안 철회’를 촉구한 뒤 울산시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최근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된 후 전국 광역·기초의회들이 앞다퉈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서민경제와 국내 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을 외면한 채 지방의원들의 이익만 챙긴다”는 비난도 나온다. 각 지방의회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의정활동비’ 대신 ‘월정수당’을 올리는 방식으로 의정비를 올리려 하고 있다. 월정수당은 지난 10월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지방의회별로 자율적인 인상이 가능해져서다.

관련기사

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달 15일 시의원들의 월정수당을 올해보다 2.6%(98만원, 연 총액 기준)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2.6%)을 반영해 기존 3776만원이던 의정비를 3874만원으로 올린 것이다. 인상된 월정수당에 의정비 1800만원을 포함하면 내년도 광주시의원 의정비는 1인당 5674만원이 된다.

월정수당은 지방의원의 직무 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월급 개념의 수당이다. 지방의원들은 여기에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료수집이나 연구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의정활동비’를 합쳐 지급받는다.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의정활동비는 광역의원 1800만원(연 총액), 기초의원 1320만원이다.

세종시의회는 의정비 두 자릿수 인상을 추진 중이다. 2014년부터 월정수당을 동결함에 따라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의정비가 가장 낮아졌다는 게 시의원들의 주장이다. 한 세종시의원은 “현재 4200만원인 의정비가 전국 광역의회 평균 의정비(5672만원)보다 1472만원이나 적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2.6%)만큼 의정비를 올리는 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대구시의원들의 의정비는 연간 5760만원으로 전국 광역의회 평균보다 높다. 경북도의회는 대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5359만원을 받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2021년과 2022년 월정수당을 2.6%씩 인상하기로 했다가 최근 철회했다. 당초 2019년과 2020년 의정비도 올릴 방침이었으나 비난 여론을 의식해 향후 4년간 동결키로 했다.

전국 기초의회에서도 의정비 인상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충북에서는 기초의회 11곳이 함께 의정비를 인상하려다 비난 여론에 부딪혔다. 충북 시·군의장단협의회가 지난달 29일 내년 총 의정비를 ‘5급(사무관) 20호봉’ 수준인 5076만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가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올해 평균 3444만원인 의정비를 이들의 협의대로 올릴 경우 평균 인상률은 47.3%(1632만원)에 달한다.

지방의회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며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12일 인천의 시민단체가 의정비 인상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방의회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며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12일 인천의 시민단체가 의정비 인상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천의 경우 연수·남동·부평·미추홀구의회와 옹진군의회 등 기초의회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다 비난여론에 휩싸였다. 당초 인천시 군·구의장단협의회는 현재 2400만~2600만원 수준인 월정수당을 19% 올리는 데 협의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 인상 폭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이나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월정수당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법 개정이 되자마자 의정비 인상에 목을 매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어서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정활동을 보여주지 않은 채 의정비만 올리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심한 의회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비 = 의정활동비 + 월정수당 + 여비

- 의정활동비: 의정 자료 수집·연구비 또는 이를 위한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 보전을 위해 매월 지급하는 돈. 광역의원 월 150만원(연 1800만원), 기초의원 월 110만원.
- 월정수당: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돈(※지난 10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자율 인상 가능 )
- 여비: 본회의 의결, 위원회의 의결 또는 의장의 명에 따라 공무로 여행할 때 지급하는 돈
[자료: 지방자치법 제33조]

광주광역시·세종·울산·인천·청주·대구=
최경호·신진호·최은경·최모란·최종권·김정석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