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배달앱 주문 음식 먹고 배탈났다면 보상은 누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Q1. 김모 씨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업체인 A 배달앱을 통해 갑 음식점에서 주문한 생굴보쌈을 먹고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렸다. 이럴 때 누가 책임져야 할까.  

전재수 의원 등 '전자상거래법' 개정 추진 #“소비자 불만 생겼을 때 중개업자가 책임” #시장 커진 만큼 책임·의무 다하라는 취지 #G마켓·배민·요기요·야놀자 등 업계 반발 #“보이스피싱 사고 나면 통신사가 책임지나 #창업·영세업자 가로막아 시장 위축시킬 것”

① 갑 음식점주   ② A 배달앱 업체   ③ 갑과 A 업체

Q2. 이모 씨는 B 오픈마켓에서 을 전자회사가 판매하는 TV를 구매했다. 하지만 고장 난 채 배송됐다. 누가 피해를 보상해야 할까.
① 을 전자회사   ② B 오픈마켓   ③ 을과 B 업체

Q3. 박모 씨는 C 택시 호출 앱을 통해 택시를 타고 집까지 갔다. 하지만 병 기사가 흡연자여서 택시 안에서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고, 두통을 앓아 약을 사 먹었다. 누가 박 씨의 약값을 손해배상 해야 하나.
① 병 택시기사   ② C 호출 앱 업체   ③ 병과 C 업체

지금까지 세 문제의 정답은 모두 ①번이었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도 올렸던 ①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상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회에서 ②에게 먼저 책임을 물리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얘기다.

전 의원 등이 제시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어긋날뿐더러, 소비자를 위한다는 ‘착한 의지’에서 비롯된 법률 개정이 결과적으로 창업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마저 빼앗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오픈마켓이나 배달 앱 같은 ‘통신판매중개’ 기업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였을 때 상품 공급자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들이 먼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상품을 공급, 판매한 실제 사업자가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전 의원 측은 “현재 중개업자는 중개자임을 고지하기만 하면 면책되는 구조”라며 “이들에게 ‘전자상거래 사업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주고,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엔 오픈마켓‧소셜커머스‧배달앱 등 최근 활발하게 영업 중인 온라인 기업들이 대거 포함된다. G마켓‧11번가‧쿠팡‧위메프‧배달의민족‧요기요‧여기어때‧카카오택시 등 수백 개에 이른다. 가령 요기요를 통해 음식을 주문했다면, 요기요는 관련 사고에 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네이버 중고나라에서 ‘먹튀’가 발생했고, 카페 운영자가 나 몰라라 한다면 네이버가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상거래 규모는 105조631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5년 53조9340억원에서 불과 3년 새 두 배로 커졌다. 소비자 피해 접수도 같은 기간 6701건에서 약 1만 건으로 늘었다(한국소비자원). 개정안은 “상황이 이러니 ‘장터’를 제공한 사업자가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려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리 원칙에 어긋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반박한다. 구태언 법무법인 테크앤로 변호사는 “스마트폰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고가 일어났으니 이동통신사에 책임을 물리는 격”이라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과 책임만 지우려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구 변호사는 “선진국에는 없는 지나친 규제다. 이래서야 누가 기업을 하고 싶겠느냐”고 되물었다.

업계는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 앱의 한 임원은 “이렇게 되면 중개 사업자들은 등록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방법으로 진입장벽을 높일 것이고, 결국엔 창업 기업이나 영세 사업자들이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자는 소비자 불만이나 피해를 해결하는 자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장희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겹겹이 규제 때문에 사업 환경이 어려운데 ‘옥상옥 규제’를 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 측은 “내년 1월쯤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개정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