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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옆 편의점 이젠 안 된다…'거리 제한' 18년 만에 부활

중앙일보

입력

편의점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했다. 관심이 컸던 거리 제한 규정이 포함됐다. 50~100m 내에 편의점이 있으면 신규 출점이 제한된다.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출점·운영·폐점 등 단계별 개선방안도 마련됐다.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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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편의점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한 6개 가맹본부가 4일 자율규약을 선포하고, 성실한 이행을 약속하는 확인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11월 30일 공정위는 편의점협회가 업계의 과밀화 해소를 위해 심사를 요청한 자율규약을 승인했다.

1993년 설립한 편의점협회는 지에스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 씨스페이시스(C·Space)가 회원사다. 이마트24는 협회 소속이 아니지만, 필요성에 공감해 자율규약에 참여했다. 자율규약의 영향을 받는 편의점이 전체 편의점의 96%인 3만8000여 개에 달해 효과가 클 전망이다.

이번에 제정된 편의점 자율규약은 과밀화 해소와 편의점주 경영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출점 단계에선 근접 출점을 차단하는 규정이 핵심이다. 출점예정지 인근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는 경우 주변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로 출점 가능 여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담배판매소 간 거리는 담배사업법 및 조례 등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르다. 예컨대 서울시는 서초구(100m)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50m다. 점차 100m로 확대할 계획이다. 담배를 팔아야 어느 정도 수익이 나는 편의점의 여건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1994년 시행됐던 80m 이내 편의점 출점 금지 자율규약은 2000년 공정위가 이를 경쟁사 간 담합으로 판단하면서 폐지됐다.18년 전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은 일종의 담합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던 정부가 이번에 이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편의점주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1위 사업자의 시장 장악력을 더 공고히 하는 반(反)시장적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편의점 과밀화 문제가 대두하면서 거리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이번 자율규약은 편의점 자체에 거리 제한을 두지 않고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를 활용해 기존 규제를 살짝 비켜났다.

운영 단계에선 각 참여사가 가맹점 사업자와 공정거래 및 상생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에 따라 상생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상생방안은 가맹점주와의 협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마련한다. 편의점주의 영업시간을 부당하게 구속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 명령이나 과징금 처분을 받는다. 가맹 계약을 해지할 때 영업위약금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가맹점주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경영이 나빠져 폐업을 희망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자율규약을 편의점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업계에서 스스로 마련하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가맹희망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규약을 충실히 실천한 가맹본부가 상생협약 이행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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