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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질문 안받겠다’는 文에…한국당 “트럼프도 안 그래”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한국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 국빈 방문국인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는 공군1호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한국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 국빈 방문국인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는 공군1호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전용기 안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현안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비판이 나왔다.

김학용 의원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의무”라며 “대통령이 외교성과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인지는 몰라도 시급한 국내문제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 자체를 막고 답하지 않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은 국내정치 문제가 외교 문제만큼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인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김정은 답방을 성사시키는 것보다 뒷순위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국민은 그저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하다”면서 “언론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들이 질문하면 ‘망해가는 신문사가…’ 하고 험한 말을 하면서도 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 MBC 최승호 사장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기자가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면서 “청와대 직함을 갖고서 온갖 곳에서 호가호위하는 비서진들을 보면서 대통령의 입지가 국민과 단절되어 가는 느낌인데, 기자의 질문까지 막는 상황까지 왔다”며 “2019년 문 대통령에게 있어 재앙과 같은 한 해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 같아 무척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회견을 먼저 자청한 대통령이 기자 질문에 가이드라인 치는 모습은 난생처음 봤다”며 “한미정상회담 후 청와대 합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을 따라온 외신기자들은 미국 내 문제를 거의 빼놓지 않고 묻는다. 또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다른 나라 정상과 회견할 때도 기자들은 집요하게 미국 내 현안을 물고 늘어진다. 여기서 미국 대통령은 외교 문제만 질문하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의 어떤 질문에도 답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십분 양보해 답하지 않더라도 ‘국내문제는 질문하지 말라’는 식으로 먼저 기자 질문을 봉쇄해서는 안 된다”며 “세련되지도 온당하지도 못한, 절대 되풀이해선 안 될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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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 대통령은 2일 아르헨티나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동행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당초 청와대는 질문 개수를 5개로 제한했지만, 분야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질의응답 직전 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국내 문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외교 현안에 집중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이 몇 차례 나왔지만 “외교로 돌아가달라”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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