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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산사태 백록담 암벽 붕괴, 식생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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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인 한라산 백록담 동릉과 남벽 사이 능선에서 지난달 18일 산사태가 발생, 5-6m 내외의 바위가 분화구 안쪽으로 구르며 구상나무 수십그루가 뿌리가 파헤쳐지고 가지가 잘려나가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돼 주고 있다. 파헤쳐진 흙이 흡사 골짜기를 연상시킨다. 【제주=뉴시스】

민족의 영산인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에 산사태가 발생, 암벽이 무너지면서 토양이 유실되고 구상나무 등 식생이 무더기로 파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8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백록담 동릉과 남벽 사이 능선에서 산사태가 발생, 암벽이 무너지며 5∼6m 크기의 집채만한 바위들이 분화구 안쪽으로 구르는 붕괴현상이 발생했다.

뉴시스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동릉 정상부의 능선에서 분화구 안쪽사면 40∼50여m까지 바위 4∼5개가 구르며 토양이 유실돼 폭 8m, 깊이 1m 가까이 패인 상태로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그 이후 30∼40m의 거리는 굴러 떨어진 작은 바위들에 의해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등 식생이 크게 훼손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구상나무의 피해가 심해 능선에 가까운 윗부분은 아예 뿌리째 뽑힌 상태고 아랫부분도 가지가 무수히 꺾여나가며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는 등 수십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지난달 6일과 18일 한라산에 쏟아진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암벽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6일 한라산 백록담 동서쪽에 위치한 진달래밭에 564㎜, 윗세오름에 525.5㎜ 등 5월중 1일 최다강수량 기록을 경신했으며, 지난달 18일엔 올 1호 태풍인 ‘짠쯔'가 북상하며 강한 저기압이 발생, 또 다시 한라산 성판악 등에 145㎜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은 “백록담 동쪽능선은 하부에 1m 내외로 ‘송이’라 불리는 스코리아층 위로 백록담조면현무암 바위가 얹어진 상태”라며 “충격을 받은 바위가 무너지면서 주변 송이층까지 붕괴된 것”이라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사태로 백록담 암벽이 붕괴된 지 보름이 지나도록 관리기관인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이렇다 할 대책은 물론 피해 면적 등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안 돼 빈축을 사고 있다.

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백록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도민의 정서도 감안해야 하고 또 최근 한라산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시설물을 가급적 억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앞으로 다가 온 장마철과 태풍 등으로 또다시 집중호우가 이어질 경우 2차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산악인 김모씨는 “속살을 드러낸 송이층이 조금만 비가 더 내려도 쓸려나갈 것”이라며 “현황파악과 함께 자문위원회 등을 소집, 의견을 청취하고 공감대를 바탕으로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라산 백록담 담수보전 및 암벽붕괴 방지방안’용역 보고서는 백록담 조면현무암이 분포하고 있는 동측부는 암반등급 2등급에 해당하는 평탄하고 안정된 암반상태라 평가했다.

당시 윤성효 교수(부산대) 등 용역진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 암반 붕괴 진행 현상에 대한 장기적인 예측과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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