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발걸음」우왕좌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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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하철 파업 첫날>
지하철이 전면파업에 들어간 16일 아침 서울시내에서는 극심한 교통전쟁이 벌어져 출근길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역 주변도로는 물려든 시민과 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 가운데 노선버스와 택시·비상수송차량을 타기 위해 서로 엉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택시 부제운행 해제와 비상수송차량 운행으로 1만5천 여대의 차량이 늘어나 도심의 교통 체증을 가중,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으로 운행하는 바람에 직장마다 지각사태가 빚어졌다.
그러나 지하철이 부분 운행되는 각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이를 제대로 몰라 오히려 한산한 모습으로 보였다.
출근길의 시민들은 『시민을 볼모로 명분 없는 파업을 강행하는 노조의 진의를 모르겠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날 아침 비상수송대책으로 1호선 국질 구간은 평소 3분에서 6분 간격으로 정상 운행했고,2호선과 4호선은 삼성∼을지로입구∼홍익대구간, 서울역∼상계구간만 6분 간격으로 부분 운행했다.
16일 오전10시 현재 서울지하철공사는 전동차 총 7백 여대 중 1백 여대를 확보해 2,4호선에 투임하고 국철전동차 5백 량은 전량 가동돼 지하철 60%가 운행됐다.
시는 또 지하철 대체 수송 수단으로서는 이와 함께 개인택시 부제도 해제하고 공무원을 동원해 승차안내 및 자가용 빈차 태워 주기운동도 벌였다.

<청원경찰이 차표 팔아>
○…지하철청량리역은 청원경찰과 역 간부 10명이 승차권을 팔았고 신도림 역 공무원들이 「역무 지원」이라는 리본을 단 채 승객들을 안내했다.

<승객 반정도 줄어>
○하루평균 43만 명이 붐벼 아르바이트 학생까지 고용 한만큼 질서유지에 곤란을 겪는 신도림역의 경우 이날 파업으로 이용승객은 절반으로 줄였으나 2호선을 통해 시내로 출근하던 많은 시민 둘은 연계교통수단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모습.
파업에 대비, 구로 구청 과 송파 구청에서는 각각 30대씩의 예비군수송버스를 배치, 신도림에서 성내역까지 지하철 노선을 따라 왕복운행을 하고있으며 구로5동에서는 주민들의 협조로 미니버스13대를 긴급확보, 구로 공단역 까지 승객들을 태워 날랐다.

<도로 30여분간 막혀>
○…지하철2,4호선이 지나는 사당역 주변의 버스정류장에는 버스와 택시를 기다리는 1백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통쾌히 불편할 정도로 큰 혼란을 빚었으며 몰려드는 승용차와 비상 수송량 등으로 일대 도로는 30분∼1시간 가량 막히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보였다.

<"누가 주인이냐" 분통>
○…회사원 이성욱씨(34·서울잠원동)는『지하철 파업은 이제 듣기만 해도 신물이 난다』 며 『걸핏하면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을 하겠다니 도대체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다』고 분 통을 터뜨렸다.
가정주부 이경숙씨(39·서울목동아파트)는 『14일방 시청 정문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하다 되돌아간 노조 측 자세는 시민에게는 트집으로 보였다며 『공사와 노조는 서로 양보해 극단상황으로 가지 않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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