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알려면 김일성 연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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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학기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북한을 오래 연구해온 재미학자 서대숙 교수(57·하와이대)가 김일성을 주로 다루는 강의를 개설,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인 52년 도미한 후 계속해 한국공산주의운동을 추적, 연구해 온 인물.
서 교수의 연구는 철저하게 실증적이고 객관적 입장에 서 있어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기피인물인 적도 있었다.
따라서 그의 강의가 국립대학인 서울대에 개설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일.
서 교수를 만나 궁금한 일들을 물어 보았다.
―어떤 계기로 한국의 공산주의를 연구하게 되었습니까. 『특별한 동기는 없습니다. 다만 박사과정에 있을 때 한 영국인교수로부터 권유를 받아 시작했을 뿐이지요. 다만 한국과 관련된 공부, 특히 독립운동부분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은 당시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립운동사 연구자중 좌익의 움직임을 연구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이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지요.』
―공산주의 운동사를 연구하는데 따른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공부하는 일 자체야 큰 어려움이 없었지요. 자료 수집을 위해 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 등 여러 언어를 익히는 일 말고는요.』
―북한은 몇 번이나 다녀오셨습니까.
『74년 미국학자로선 최초로 학술교류 차 방문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북한방문은 여러 번 했습니다. 모두 학회관계의 일 때문이지만 방문횟수는 밝히기 곤란합니다. 제가 만난 학자들의 이름도 그들의 신변문제 때문에 공개할 수 없습니다.』
―강의에 학생들이 대단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과거의 반공정책이 정권유지나 인권유린, 군의 정치개입 등에 이용되는 수단으로 사용돼 그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 지적돼야 합니다. 또 무조건 감추기만 해왔던 관행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구요. 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반드시 좌경화되어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과거의 일은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그 터전에서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서 교수께서는 어떤 정치적 이념이라도 갖고 계십니까.
『나는 반공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닙니다. 다만 공부하는 사람일뿐입니다. 그래서 공산주의자도, 반공주의자도 모두 나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말하는 모든 일에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판이 근거 있는 것이라면 언제나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이라는 책을 펴낸 것으로 아는데요. 저술 동기는 무엇입니까.
『85년부터 김일성은 큰일말고는 직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김일성의 역할을 이제는 평가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 하에 저술을 시작했습니다. 김일성을 연구하는 일은 그가 북한 건국이래 여지껏 계속 지도자였기 때문에 곧 북한의 정치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통일에 대한 전망은….
『전체적으로 나는 비관적입니다. 통일이 되려면 정치면에서 남·북한 모두가 민주화되어야하고 경제도 격차가 너무 크면 안됩니다. 또 이념도 다양한 것이 수용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부문에서도 그동안은 서로가 다른 점을 강조하고 비난하는 일만 해왔는데 이것도 잘못입니다. 또 무엇보다도 남·북한 모두 군사력을 축소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를 적으로만 취급하도록 교육받는 군부가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통일에 장애입니다.』
서 교수는 지난 80년 연세대에서도 잠시 강의를 시작했다가 당시 정치상황이 경직되면서 출국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1931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목사의 아들로 출생, 서울연세대 1학년 재학 중 도미해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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