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계 '파워 우먼'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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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홍콩 정계에 새로운 '파워 우먼'이 등장했다. 홍콩의 총리격인 둥젠화(董建華)행정장관은 23일 중도계 정당인 자유당의 셀레나 초우(周梁淑怡.58.사진)부주석을 행정회의 멤버로 임명한다고 선언했다.

행정회의는 董장관의 내각과 입법회를 잇는 의사 결정 기구. 현재 민건련(民建聯)주석 등 친중(親中).중도 정당의 대표 4명이 董내각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周부주석이 속한 자유당은 입법회 전체 의석(60석) 중 8석에 불과하나, 친중파.민주파의 대치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위력을 휘두르고 있다. 한 마디로 그의 손짓 하나에 홍콩 정국의 기상도가 좌우되는 것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그는 "董선생이 많은 선택의 공간에서 심사숙고해 결정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맡을 업무를 생각하면 전전긍긍(戰戰兢兢)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격이 활달하고 일처리가 야무져 '여걸'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지난 봄에 홍콩 경제가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사스)으로 휘청거리자 '관광발전국 주석'으로서 홍콩 관광 부흥 방안을 마련해 진두 지휘했다.

그는 67년 홍콩 방송국인 TVB에서 최초의 여성 기상 캐스터로 첫 발을 내디딘 뒤 PD로 변신해 77년까지 언론계에서 활동했다.

81년 영국 총독부 산하에 설치된 입법국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20여년간 여성 정치인 가운데 선두 주자임을 자부해왔다. 홍콩의 여성 공직자들은 최근 국가안전 조례의 입법을 강행했던 레지나 입(중국이름 葉劉淑儀)전 보안국장의 퇴진으로 사기가 떨어졌으나 새로운 대표 주자를 얻게 됐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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