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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염불보다 잿밥」… 해묵은 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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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 교향악운동의 선구자」로 자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최근 지휘자 정재동 교수(중앙대)에 대한 신임여부와 단원들의 근무조건개선 및 보수인상문제를 포함한 운영 개선안을 둘러싸고 내부갈등을 노출시킴으로써 세종문화회관 운영 전반에 걸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지난11일 단원들의 투표를 거쳐 서울 시향이 발표한 운영 개선 방안은 ▲연주계획의 확실 성 보장 ▲연주지원업무의 전문화·능률화 ▲단원관리 제도의 합리화 ▲단원 보수수준의 현실화 등 4개항.
좀더 장기적인 연주계획을 확정,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회계법을 개정하거나 특례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온 것으로 전혀 새삼스러울게 없다.
눈길을 모으는 대목은 단원들의 법적 신분과 권리를 명확히 하고 KBS교향악단 수준으로 보수를 올려달라는 점이다.
우수단원 확보 및 활용을 위해서는 단원의 위촉기간(1년)과 정년(55세)에 대한 현재의 규정을 보완·개정해야한다는 주장인데, 구체적으로 「공무원」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으나 「신분의 모호성으로 지급에서 제외된 정근수당·직무수당·가족수당·자녀학비보조수당·체력단련비 등 각종 수당의 지급범위를 확대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시장 격려금과 공무원급여의 일괄 인상분 9%를 모두 지급하는 등으로 상호동일수준인 KBS교향악단과 같은 보수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측이 89년 1월부터 소급해서 지급키로 한 서울시향 단원의 봉급내용을 보면 지휘자 2백만 7천원, 수석(20년 기준) 1백 50만 7천원, 중견단원(10년) 98만 8천원, 대졸초임단원 56만 6천원 등.
KBS교향악단의 경우 경력에 따라 서울시향보다 약12∼35%를 더 지급하고있으나 서울시향을 제외한 세종문화회관 산하 7개 공연단체들은 서울시향의 86∼92%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국립예술단체는 서울시향의 약77∼1백%, 부산시향은 80%수준.
한편 올해로 18년째 지휘를 맡고 있는 정 교수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신임을 바탕으로 이 같은 요구를 관철시키자는 단원과 정 교수에 대한 신임여부와는 관계없이 개선 안을 요구하자는 단원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11일 오전 이 개선안 채택을 위한 서울시향 단원들의 모임에 일부단원들은 취재진을 부르고 일부단원들은 취재진을 회의장에서 내모는가 하면, 이 개선 안에 정 교수의 신임문제를 포함시키자는 방안에 찬성47표, 반대39표, 기권3표라는 투표결과가 나온 것.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온 서울시향 운영개선방안에 대해 세종문화회관 윤두영 관장은 『공무원 신분을 요구한다면 보수가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고, 세종문화회관의 다른 예술단체들과 균형문제도 고려해야하므로 KBS교향악단수준으로 보수를 올리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음악평론가 박용구씨는 『월급인상을 요구하려면 최소한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겸직부터 삼가고 연습시간도 베를린 필 등 외국교향악단처럼 하루5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등 기본적 의무부터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외국교향악단의 경우 매년 엄정한 오디션을 거쳐 단원들을 다시 위촉할 뿐더러 서울시향의 경우는 그나마 오디션이 형식에 그치고 있어 연습을 게을리 하는 연주자들도 거의 계속해서 남아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단국대 예술대 유민영 학장은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작 보수를 크게 올려줘야 할 대상은 조명·음향·무대감독 등의 전문기술직 종사자들(현재 월평균 20만원정도)』이라고 전제, 만일 예술공무원이기를 원한다면 서독처럼 오전9시에 출근해서 오후6시에 퇴근하고, 상당한 연주 기량을 갖추며, 세종문화회관 뿐 아니라 시내 20여개의 구민회관에서도 일반시민들을 위해 연주하는 등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한다』고 강조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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