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신앙의 원형담은 『한국 무신도』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전국의 무당집·신당 등에 산재해 있는 무신도를 한 자리에 모은 『한국무신도』가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수록 무신은 별당신·최영장군신·남이장군신 등 잘 알려진 것부터 서낭신·일월성신·용궁부인·호구아씨 등 생소한 것까지 약 1백30종.
천신·일신 등 자연신 22종류, 왕신·장군신등 인신 12종류가 망라돼 있다.
이 무신들은 경희대 김태곤 교수가 20여 년 간 전국을 뒤지며 채집한 것들로 그중 자료가치나 회화적 측면들을 고려, 가려 뽑은 것들이다.
무신도는 한마디로 무당이 신앙하는 신의 화상.
따라서 무신도에는 주술적 민간신앙의 세계가 펼쳐지는 한편 이를 표현키 위한 원색적·환상적 회화성이 풍부해진다.
김 교수는 책 서두의 논문 「무신도와 무속사고」에서 불교·유교·기독교 등의 현대종교는 반드시 무속에 가닥이 닿고 있으며 예술의 원류도 무가·무무·굿의 극적 요소 등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무신도를 「최초의 종교화로」「순수한 원시민화로」「표현에 있어서 조형적 사실성과 환상성을 지닌 작품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 책에 「도상으로서의 무신도와 그 회화성」이란 논문을 실은 미술평론가 박용숙씨는 우리역사에서 불교 이전은 어김없는 무교의 시대였으므로 우리 미술사에서 불교 이전의 미술은 무교 미술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씨는 이중에서 무당이 걸치고 있는 복장이나 지닌 물품, 곧 고깔·쾌자·방울·부채·식칼·송대 등의 종교적 상징성을 설명하고 수록된 무신도판을 일일이 들어가며 회화양식과 조형성 등을 풀이하고 있다.
박씨는 특히 혜원이나 단원의 풍속화도 기실은 단순한 조선조의 풍속화라기 보다는 고분미술 이후에 잃었던 무교미술의 재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 주목을 끈다.
어쨌든 이 책은 현대문명의 뒤켠에서 연면히 내려오던 무속과 무신의 실체를 한 곳에 모음으로써 한국적 신앙의 원형을 엿보게 하고 있다.
이 책은 열화당이 「한국기층문화의 탐구」시리즈 세 번 째로 출판했다. 시리즈 첫 번 째는 「한국의 호랑이」,두 번째는 「한국의 장승」.

<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