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운명의 날 ? … 7일 의원·중앙위원 180명 연석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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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하루 앞둔 6일 우상호 대변인(맨 왼쪽) 등 대변인단과 김낙순 수석 사무부총장(맨 오른쪽)이 서울 영등포동 당사 대회의실을 둘러보고 당기를 고쳐 달고 있다. 강정현 기자

열린우리당의 지도체제와 진로를 결정할 회의가 7일 열린다. 국회의원 142명과 40여 명의 중앙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격론을 벌일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가장 시급한 현안인 지도부 구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분출될 전망이다. 5.31 지방선거 뒤 첫 공식 회합인 만큼 선거 참패의 원인과 당의 진로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20명의 당 중진들은 5일 밤 긴급회동을 하고 김한길 원내대표와 문희상.유재건 의원 등 '8인의 중진 그룹'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인선 작업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비대위원장으로 김근태 최고위원을 내세우는 쪽으로 공감대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김근태 체제'에 반기를 들고 있다. 회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김근태냐, 아니냐"=의원.중앙위원 회의의 최대 관건은 당 대표인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다. 현재로선 김근태 최고위원이 유력하다. 본인 스스로 "독배를 마시겠다"고 추대를 수락할 의사를 표시했다.

운동권 출신 재야파들은 "이 난국에 김근태 말고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말한다. 정동영 당의장도 측근들에게 김 최고위원 지지를 당부했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찮다. 이종걸 의원 등 일부 소장파 의원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당의 원로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 전 의장 다음으로 선거 참패의 책임이 큰 김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국민의 눈에 어떻게 보이겠느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의원들도 있다. 최재천 의원은 "당내 핵심 재선 의원들이 비대위를 맡고 비대위원장도 재선 의원 가운데 인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진정한 당 쇄신을 위해서는 기존의 비대위 구성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중진들은 비대위원장 문제에 논란이 커질 경우 '8인의 중진그룹'에 비대위 구성을 일임하는 형식으로 회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불씨를 남겨놓은 수습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 "부동산.세금 정책 바꿀 거냐, 말 거냐"=회의에서는 자연스럽게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이미 여러 차례 당내 소규모 모임이 열릴 때마다 벌어진 현상이다. 당내에는 부동산과 세금 정책 등의 이른바 '개혁정책'이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많다. 정 전 의장 측의 실용파와 중도파 의원들이 주로 그렇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 측의 재야파와 소장파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초선 의원은 "그나마 국민이 제대로 한 게 부동산 정책이라고 하는데 그걸 후퇴시키는 것은 당을 해체하자는 얘기와 같다"며 "회의에서 부동산.세금 정책의 문제는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말로만 시끄럽게 한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당의 노선 분쟁으로 '난닝구.빽바지(개혁파와 실용파의 서로에 대한 비하적 표현)' 논쟁이 재연될 조짐도 있다. "개혁만 부르짖다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했다"는 실용파의 주장과 "개혁을 똑바로 못해 지지층이 떨어져 나갔다"는 개혁파의 주장이 첨예하게 부닥치는 상황도 예상된다.

◆ "고건과 연대할 거냐, 말 거냐"=당의 진로 역시 회의의 핵심 의제다. 어떻게 정권을 재창출할 거냐는 문제다. 당에는 현재 세 흐름이 있다.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범민주개혁세력 연합, 그리고 쇄신을 통한 독자 세력 재형성이다. 상당수 호남권 의원은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바라고 있다. 안영근 의원 등 친고건계 인사들도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근태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들은 민주개혁세력의 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연대를 이루되 핵심이 고 전 총리가 아니라 민주화 세력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독자 세력 재형성 논리는 김두관 최고위원 등 주로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펼치고 있다. 우선 당을 수습하고 대권 후보 논의는 천천히 하자는 주장이다. 7일 회의에서 연대 문제가 심각히 제기될 경우 당이 호남권과 비호남권으로 갈라진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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