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당한 행정이 정치에 왜곡돼 아쉽다" 검찰 출석한 이재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경기지사가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 3가지 혐의로 지난 1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사는 "형의 강제입원은 형수가 한 일"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선 이 지사는 "주중 조사는 도정에 피해가 올 수 있어서 부득이하게 주말 (출석을) 선택했다"며 "오늘 조사는 죄가 된다는 사람, 죄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미소 지으며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미소 지으며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의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이 지사는 "(형을) 강제입원 시킨 것은 형수님이셨고 정신질환자의 비정상적 행동으로 시민들, 공직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정신보건법에 대한 절차를 검토하도록 했을 뿐"이라며 "형님이 90년대 중후반부터 조울증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켰고 실제 치료를 받았던 분이기 때문에 정신질환이 있는지 없는지를 진단하는 절차를 진행하다가 중단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 친형 강제입원 등 조사 위해 24일 검찰 출석 #"형 강제입원은 형수와 조카가 한 일" 기존 입장 밝혀 #검찰, 경찰 송치한 사건 말고도 여배우 스캔들 등 조사

경찰 판단을 비난한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선 "검찰이 잘 판단할 것"이라며 "정신질환으로 인한 문제가 비일비재한데 시장의 형이란 이유로 방치하게 되면 그 피해는 누가 감당을 하겠느냐"고도 했다.
또 "(시장의) 형이라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을 안 해서 정신질환이 도지고 악화돼 형수와 조카가 강제 입원시키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회한이 많다"며 "정당한 행정이 정치에 의해 왜곡된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hkkim)' 트위터 계정에 대한 질문에는 "집에서 나왔다고 하는 것은 포털(사이트) ID 아니냐. 그게 무슨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지사는 검찰 출석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이간계"라는 글을 올려 "대선 경선 당시 트위터 글을 이유로 아내에게 가해지는 비정상적 공격에는 '필연적으로 특혜채용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아내는 결코 계정주도 아니고 그런 글을 쓰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진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사진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형의 강제 입원을 위해 반대하는 보건소장을 인사 조치했다는 의혹에도 "정기인사였다"며 부인했다.
이 지사는 "이런 일로 도민들께 걱정 끼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부당한 공격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부당한 올가미를 벗어나려는 행동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이다.
앞서 분당경찰서는 지난 1일 이 지사에게 제기된 7가지 의혹 중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검사 사칭, 성남 분당구 대장동 개발 허위 선거공보물 등 3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이 지사가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친형 재선씨(작고)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 했는지 아닌지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방송 토론에서도 이런 사실을 부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의혹은 지난 8월 '내가 이때까지 너희 아빠 강제입원 말렸거든?"이라고 언급한 이 지사의 아내 김씨와 재선씨의 딸의 통화내용 녹취 파일이 인터넷 등에 퍼지면서 커졌다.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왼쪽)가 친형인 이재선씨(2017년 사망)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의혹 등으로 2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 받는다. [중앙포토]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왼쪽)가 친형인 이재선씨(2017년 사망)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의혹 등으로 2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 받는다. [중앙포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형 이재선씨의 입원동의서 [사진 이재명 지사 블로그 화면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형 이재선씨의 입원동의서 [사진 이재명 지사 블로그 화면 캡처]

검찰은 이 지사가 2012년 당시 성남시장이라는 권한을 이용해 재선씨의 강제입원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장이 필요에 따라 환자를 입원시킬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정신과 전문의 대면 상담 절차가 누락돼 있는데도 관계 공무원에게 강제입원을 지속해서 지시했다는 것이다.
일부 공무원이 "적법하지 않다"고 반발하자 전보 조치하고 새로 발령을 받은 공무원에게 같은 지시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해당 공무원들에게 "이 지사가 친형의 입원 절차를 재촉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지사의 부인 김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재선씨의 딸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우 김부선씨와 이 지사 측이 서로 고소·고발한 '여배우 스캔들'도 조사한다. 배우 김씨는 경찰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서울남부지검에 이 지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또 "이 지사가 자신을 허언증 환자로 만들었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하던 이 사건은 지난 6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첩됐다. 검찰은 지난 20일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던 중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던 중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경찰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여배우 스캔들과 함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조폭연루설과 일베 가입 등도 다시 살펴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지사와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하루 안에 조사를 끝내려고 한다"며 "선거사범 공소시효일인 12월 13일 전에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지사가 출석한 성남지청 앞에는 그의 지지자들과 보수세력 수백여 명이 결집해 장외 전을 펼쳤다.
성남=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