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외면한다"며 무차별 폭행당한 경비원, 끝내 숨져

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붙은 부고. [사진 연합뉴스]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만취한 상태의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던 70대 경비원이 23일 끝내 숨졌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날 경비실에 부고장을 붙이고 이 아파트에 근무했던 A(71)씨가 숨졌다고 밝혔다. 부고장에 따르면 장례식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발인은 25일이다.

A씨는 지난달 29일 만취상태로 경비실을 찾은 주민 최모(45)씨에게 폭행을 당한 후 직접 경찰에 신고하다 의식을 잃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위치추적으로 그를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의식 불명 상태였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경비실에서 층간 소음 민원을 해결해 주지 않아 불만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경찰서는 최씨를 중상해혐의로 구속했다 조사 과정애서 살인미수혐의로 정정한 바 있다. 당초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폭행이 머리에 집중되고 반복된 점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A씨의 가족들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을 A씨의 자녀라고 밝힌 글쓴이는 “가해자는 주먹으로 아버지의 눈두덩이를 집중적으로 가격하고 머리가 뭉개질만큼 수차례 밟았다. 그러나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시인하고 있지 않다”며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내세워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