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 케네디 명언은 표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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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라."

존 F 케네디(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1961년 취임 연설 '뉴 프런티어'에서 말한 이 구절은 명문장으로 꼽힌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과 함께 미국 정치사의 3대 명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케네디 전 대통령이 발표하기 45년 전부터 다른 사람들이 연설에서 사용한 문장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WP)는 4일 '이 인용문의 출처를 묻지 마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케네디가 말한 유명한 문장들 중엔 오랜 역사와 계보를 가진 것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제29대 대통령인 워런 하딩은 케네디보다 훨씬 전, 19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시민들이 정부가 무엇을 해줄지보다는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지 걱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케네디가 고교 시절 교장선생님의 말을 약간 변형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케네디의 취임 연설 51개 문장 가운데 케네디가 직접 작성한 것은 9개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최근 타계한 존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교수와 시어도슨 소렌슨 변호사 등이 써준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기고문을 쓴 연설문 전문가 랄프 키스는 "케네디는 다른 많은 정치인처럼 잘못된 인용문을 사용하거나 책이 아닌 머릿속에서 인용 문구를 끄집어내 참모들과 의회도서관 직원들이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면서 "케네디의 연설문이 미국 국민을 감동시킨 사실만큼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적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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