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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아내 둔 남편, 월급 실제보다 부풀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내보다 돈 못 버는 남편은 급여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英 이코노미스트, 미 인구조사국 인용

결혼시장에서 풍문처럼 여겨졌던 가설이 ‘팩트’로 확인됐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내용의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를 인용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배우자에 비해 월급이 낮은 남성은 자신의 급여를 실수령액에 비해 2.9% 가량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월급’을 과장해 남성성을 돋보이게 하려 든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 인구조사국이 지난 10년(2003~2013년) 간 남녀 근로자들이 설문 조사에 직접 기재한 급여와 실제 세금 지출 내역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남편보다 돈을 잘 버는 아내의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왼쪽 그래픽). 이런 아내를 둔 남편은 자신의 급여를 실수령액보다 2.9% 가량 부풀려 밝히는 반면, 아내는 오히려 1.5% 가량 줄여 밝히는 것으로 조사됐다(오른쪽 그래픽). [이코노미스트]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남편보다 돈을 잘 버는 아내의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왼쪽 그래픽). 이런 아내를 둔 남편은 자신의 급여를 실수령액보다 2.9% 가량 부풀려 밝히는 반면, 아내는 오히려 1.5% 가량 줄여 밝히는 것으로 조사됐다(오른쪽 그래픽). [이코노미스트]

흥미로운 사실은 거꾸로 ‘급여가 낮은’ 남편을 둔 아내의 경우 실제 소득을 1.5% 가량 낮춰 밝힌다는 점이다. 이는 ‘남성이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야 한다’는 옛 전통에 대한 부담감에 따른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남성이 주(主) 소득원이 되어야 한다는 관념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며 “만약 남성이 주위의 기대치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면 자존감과 사회적 위치가 훼손될 것이다. 여성으로부터의 존경심 역시 잃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아내가 더 나은 능력에도 불구,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실제 소득도 감추고, 더 많은 집안일까지 도맡는다는 것이다.

남편이 ‘고소득 아내’를 둔 것에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연구를 인용해 “남편보다 아내 급여가 높은 부부는 이혼할 가능성이 높았다(시카고대). 또 아내보다 돈을 못 버는 남편이 외도할 확률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코넬대)”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남편보다 돈 잘 버는’ 여성이 미국 취업시장에 등장한 건 1980년대다. 이 매체는 “남편에 비해 급여가 높은 여성 근로자의 비율은 지난 1987년 전체 18%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26년 만인) 2013년 30%로 올랐다”며 “미 제조업 쇠락과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각 업계에 종사하는 남성 근로자가 무더기로 실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대졸자 가운데 여성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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