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황금유치원. 어린이들이 한참 수업을 받고 있는 시간에 검은색 승합차가 등장했다. 승합차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 부총리는 유치원 학부모와 교사, 교육 관계자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유 부총리는 유치원 입구로 다가가는가 싶더니, 이내 방향을 돌려 야외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엔 20여 명의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흙장난을 치고 있었다. 유 부총리는 어린이 1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흙으로 산도 만들고 깃발도 꽂으며 한참을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유 부총리가 이날 대구 황금유치원을 찾은 표면적 이유는 현장 간담회였지만, 교육부의 국·공립 유치원 40% 조기 달성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는 분석이다. 황금유치원은 고등학교 내 부지를 제공받아 유치원을 지은 '병설형 단설 유치원'이다. 황금유치원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드문 공립 유치원의 모범 사례여서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유 부총리는 이덕주 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1층부터 3층까지 시설을 천천히 둘러봤다. 복도에는 원생들이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든 공예품이나 종이로 만든 장난감 등이 전시돼 있었다. 유 부총리는 민속놀이를 하거나 전통예절을 배우는 교실부터 실내에서 놀이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살펴보면서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 교실에선 어린이들과 한국 민속놀이인 '산가지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오전 11시쯤부터는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나눴다. 간담회에는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전북도교육감)과 정종철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 이덕주 원장, 이재철 경북고 교장, 학부모 6명, 교사 2명이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간담회에 앞서 "대구 황금유치원 같은 단설 유치원을 많이 만들면 가장 좋겠지만 부지 확보 등 어려움이 있으니 다른 여러 방식으로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가 말한 다양한 방식은 유휴부지를 활용한 유치원 설립, 유치원 매입, 학부모 협동조합형 유치원, 공영형 유치원 등이다.
또 "최근 입학 시즌에 (사립유치원들이) 여러 문제로 모집을 중단하는 일이 생겨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는데 유치원이 폐원하면 인근 지역의 공립 유치원으로 대체하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간담회에서 의견을 잘 듣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수정·보완할 게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병설유치원 확충 방안들이 우선 추진되고 있다"며 "운영 시간이라든가 통학버스 운영이라든가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건의가 많이 들어와서 각 시·도교육청과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이어 유 부총리는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지방교육재정전략회의와 11월 정기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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