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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수한 191비트코인 가치 15억서 10억으로…검찰 처분 고민 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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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오른쪽은 비트코인 이미지. 대법원은 지난 5월 비트코인 첫 몰수 판결을 내렸다.[중앙포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오른쪽은 비트코인 이미지. 대법원은 지난 5월 비트코인 첫 몰수 판결을 내렸다.[중앙포토]

국내에서 최초로 몰수 판결을 받았던 비트코인 처분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압수된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려갔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벌어들여 지난해 4월 경찰에 압수된 비트코인 191개가 수사기관에 그대로 쌓여 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비트코인이 재산에 해당해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수사기관에 몰수한 자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공매가 이뤄진다. 캠코 온비드 시스템을 활용하면 주식이나 채권 뿐 아니라 동식물까지 공매가 가능하다. 캠코 관계자는 “검찰에서 직접 입찰을 해서 낙찰자를 선정하는 시스템이라 비트코인이라도 현재 시스템상 공매가 어려울 건 없다”고 말했다. 통상 몰수 자산은 처분까지 3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거래 가격 추이. 지난 5월 개당 800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최근 500만원대로 떨어졌다. [사진 빗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거래 가격 추이. 지난 5월 개당 800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최근 500만원대로 떨어졌다. [사진 빗썸]

 지난 5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6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이 비트코인 처분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최근 비트코인은 국내에서 1비트코인당 5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3개월 만에 최저치 수준이다. 몰수 판결이 난 191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9억5500만원에 그친다. 대법원 판결이 난 지난 5월에는 800만원대에 거래돼 당시 가치로 환산하면 약 15억2000만원이었다. 몰수된 비트코인 자산 가치가 40%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트코인 몰수 첫 사례인 만큼 한 번 방침이 정해지면 계속 그 방향으로 가야 해 신중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며 “정책적인 판단도 필요해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검찰이 머뭇거리는 이유로 비트코인 공매 행위로 시장에 영향을 주면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쳐 비난을 받았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법률자문위원인 한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검찰이 공매로 비트코인을 팔면 한국 정부가 암호화폐 재산 가치를 더욱 인정한 셈이 돼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해외에서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거래소 경매를 통해 바로 국고로 환수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경로와 보관 방법이 다양해 져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대검찰청 수사관이 지난 5월 낸 『암호화폐 범죄에서의 압수 실효성 확보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용의자는 경찰이 스타벅스에서 하드웨어 지갑을 압수해 가자 바로 아내에게 전화해 “세탁물 빨래를 걷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바로 옮기라는 뜻을 가진 은어다. 부인은 미리 알고 있던 비밀키를 이용해 25만 달러(약 2억8267만원)를 빼돌렸다.

 한국 수사기관도 암호화폐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밀키 확보를 강조하고 압수물 해킹에도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경찰이 압수한 191 비트코인도 빗썸 거래소에 경찰 명의를 새로 만든 뒤 보관했다. 그러다 빗썸에서 회원 3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해킹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에 별도 하드웨어 지갑에서 발급한 주소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송금해 해킹 피해를 방지하는 보관 절차를 마쳤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다단계 사기나 성매매 사건에도 비트코인이 이용될 정도”라며 “암호화폐 몰수 판결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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