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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매우 좋은 관계”라는데 북한은 “미국 탈선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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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북한을 놓고 “지금까지 매우 좋은 관계”라고 자평했다. 반면 북한은 19일 외곽 매체를 통해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를 잃고 탈선했다”고 비판했다. 북·미 고위급회담을 놓고 기싸움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방송서 “내 대북정책 A+” #북 매체는 “최대 압박 통한 비핵화” #북·미 고위급회담 앞두고 기싸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계 평가는 폭스뉴스 선데이를 통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으로서 가장 힘든 결정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북한이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면서 북한을 놓고 “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표현했다고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에 대해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진정한 결정(real decision)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일이 진행된 방식에 매우 만족(very happy)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다”며 “만약 정부가 계속 전진만 했더라면 우린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러고 싶진 않지만 나 자신에게 A+를 주겠다”며 “A+보다 더 높은 점수는 없나?”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자가 “(북한이) 새 (미사일) 기지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도 그런가”라고 반문하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아닐 것”이라며 “나는 그걸 믿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최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제기한 북한의 미사일 기지 가동 문제에 대한 답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과 관련해 “우리가 가야하는 길로 가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좋았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의도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북한은 대외선전용 매체인 ‘조선의 오늘’을 통해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조선의 오늘은 북한 외무성이나 조선중앙통신처럼 공식 채널은 아니지만, 북한이 수위를 조절하면서 비난을 할 때 동원된다.

조선의 오늘은 “최근 미 군부 것들이 조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것과 때를 같이 하여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우리를 비핵화로 몰아가려는 트럼프의 대조선 정책 추진에 적극 보조를 맞추려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확정한 목표도 잃고, 조미 관계 개선과 평화라는 기본 궤도에서 탈선하여 ‘최대의 압박을 통한 비핵화’라는 지선으로 기차를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의 제목은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미국을 비핵화 정책을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4월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자제해왔다. 당시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 명의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판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받은 이후다.

북한은 지난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한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 실무 당국자를 분리해 대응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더욱 삼가해왔다. 그러나 북·미간 비핵화 줄다리기가 심화하던 지난달 하순부터 외곽 매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금씩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대남 선전용 외곽 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며 남조선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나섰다”고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트럼프’라는 이름은 넣지 않았다. 이에 비하면 19일은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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