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굴 관광-단양 8경서 태고와도 만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8경으로 유명한 충북 단양은 독특한 지역적 특성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소백산과 월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남한강이 흐르는 천혜의 관광지 단양은 석회암 지대로 되어 있어 입구부터 여느 도시와 다른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종유석·석순 현란>
거대한 산을 깎아 내리면서 휘날리는 시멘트 분진과 석회암 지대만이 만들어 내는 각종 진귀한 자연의 섭리가 바로 단양의 「두 얼굴」이다.
특히 석회암 지대로 인해 각종 동굴이 산재, 관광 코스의 단골 메뉴가 됐으며 관광 수입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굴 관광-. 4철 즐길 수 있는 레저지만 초봄을 맞아 야외 행락객들을 위해서는 그만이다.
가을철 같은 동굴 안의 온화한 기후와 태고의 신비를 음미할 수 있는 것이 동굴 관광의 매력이다.
특히 단양에는 유명 동굴이 한꺼번에 몰려 있어 가족들의 동굴 관광에도 적절한 곳이다.
단양 시내에서 소백산 쪽으로 9·5km지점, 버스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대강면 고수리의 고수동굴로부터 동굴 관광은 시작된다.
고수동굴은 5억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길이 1·3km의 석회 동굴로 큼직큼직한 공간과 아름드리의 각종 종유석·석순·석주가 시원스레 뻗쳐 있어 동굴 관광에는 교과서적이다.
입구에서 1백여m쯤 들어가면 온갖 비경이 펼쳐진다.
0·1㎜자라는데 무려 1년이 걸린다는 종유석·석순이 현란하게 위용을 자랑한다. 어떤 것은 무려 수십m짜리도 있어 엄청난 자연의 위대함을 실감케 한다.
장관이 펼쳐지는 가운데 어떤 종유석은 손가락 같기도 하고, 또 단양 8경의 하나인 도담삼봉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닮은꼴도 있는가 하면 마리아상과 사자 모습을 한 것도 있다.
80여 군데의 각종 기기묘묘한 자연의 신비에 빠져들면 1시간 정도는 후딱 지나간다.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곳이지만 더 이상 동굴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관리 소홀로 동굴의 생명은 정지된 채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도 평일 2천∼3천명, 주말 5천∼6천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고수동굴은 관광객의 입김 (이산화탄소)과 굴 내부에 설치한 조명·시설물, 관광객들을 위해 뚫어놓은 출구 때문에 공기 소통이 잘되면서 습기가 말라 영롱하던 종유석·석순은 이끼가 낀 채 퇴색해 버렸고 건조한 기후로 생성물의 성장은 모두 정지됐다.
서정호 관리부소장은 『동굴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의 출입 금지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동굴 관광객이 단양 행락객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주민들의 생계마저 걸려 있어 손을 쓸 수가 없다』고 고충을 설명했다.
고수동굴에서 4∼5km쯤 소백산 국립공원 쪽으로 더 들어가면 대강면 노동리에 노동동굴이 위치하고 있다.
길이 1·3km의 이 동굴은 특히 동양에서 보기 드문 수직 동굴이다.
규모는 고수동굴보다 작지만 산 아래에서 동굴로 올라가 산중턱으로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다. 경사가 45∼90도로 장소에 따라서는 험하며 가파르다.
입구에서 60m지점까지는 관광을 위해 인공으로 뚫었고, 이후부터 천연 동굴이다. 지난 81년 개발, 공개된 후 굴 내부가 험해 인파는 고수동굴보다 훨씬 적으나 짜릿한 동굴 탐험의 스릴을 맛볼 수 있다.

<2억 5천년 연륜>
이 동굴은 인파가 적은 탓에 고수동굴보다 덜 훼손되어 있고 일부에서는 형형색색의 종유석·석순이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볼만한 곳은 이 동굴에만 있는 황금 논두렁, 연꽃 모양의 석회암을 들 수 있다.
2억5천년의 연륜이 됐다는 노동동굴의 말미쯤에는 곰과 사슴의 뼈가 화석이 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동굴 막장에는 세계 최대의 생강 바위가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직도 적당한 양의 습기가 퍼져 있고 온도 (섭씨 11∼13도)도 알맞아 동굴 한가운데의 종유석과 석순은 크게 변색되지 않았다.
석회암 동굴에서 형성된 종유석·석순·석주의 진미를 맛보려면 노동동굴에서 2km쯤 더 떨어진 천동동굴을 찾는 것이 좋다.
천동동굴의 개발은 오래됐지만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지고 보존이 잘돼 살아 숨쉬는 동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길이 6백m로 짧은 만큼 굴이 협소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닐 수 없다.
곳에 따라서는 몸만 간신히 빠져나가야 할 정도로 굴의 폭이 좁아 다니기에 불편하지만 고수동굴이나 노동동굴과 달리 섬세하고 아름다운 「신의 조각품」을 음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술적 가치가 대단히 높아 학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남근 형태의 석순, 서릿발같은 종유석, 국수 가락처럼 늘어진 종유석·돌 꽃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학술적 가치 높아>
2백m지점에서는 석회암의 축제가 벌어져 절정을 이룬다. 흡사 쟁반을 닮은 돌이 물 속에서 자라나고 있으며 좁은 동굴에 깊이 4m의 호수도 있다.
종유석·석순은 백옥처럼 희기도 하며 황금빛을 띠기도 한다.
고수동굴·노동동굴·천동동굴을 보는데 3시간, 장소를 옮기는데 30분으로 3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서울에서는 하루 코스로 가볼 수 있고, 1박2일이면 자동차가 있는 경우 단양에서 20∼30km쯤 떨어진 8경을 한바퀴 돌아볼 수도 있다.
숙소는 신단양에 장급 여관들이 즐비하며 구단양에는 고급 호텔이 한군데 있다.
◇교통편=청량리∼단양간의 기차편이 하루 7차례 있으며 4시간이 걸린다. 등급에 따라 요금은 2천5백∼3천4백원.
버스는 고속 버스 터미널과 동마장 터미널에서 아침 6시2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요금은 2천9백60원. <방원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