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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혜경씨 기소의견 송치…이재명 "내 아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hkkim) 트위터 계정은 "내 아내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4월 트위터사에 "해당 계정 소유주가 누구냐"고 직접 문의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19일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를 이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라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김혜경씨 오늘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김씨, 사용하던 휴대전화 2대 교체하기도 #이 지사 "아내와 가족은 끌어들이지 말라" 반박 #李 "트위터사에도 확인요구 했는데 거부 당해" 답답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와 부인 김혜경씨 [뉴스1]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오전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김씨는 올해 4월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_hkkim)을 사용하면서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을 해당 트위터에 유포해 문 대통령과 준용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법정공방도 우려되는 만큼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발견된 증거에 의해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지난 1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했다고 한다.
경찰은 한때 해당 트위터 계정의 주인으로 지목됐던 이 지사의 전직 운전기사도 참고인으로 조사했지만,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8시55분쯤 경기도청 신관 앞에서 "글을 쓴 사람은 아내가 아니다"라며 재차 부인했다.
그러면서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경찰이 비슷한 것 몇 가지를 끌어모아서 제 아내로 단정했다"며 "수사 내용을 보면 네티즌 수사대보다 오히려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경찰 수사를 비난했다.
그는 "(경찰이) 차고 넘치는 증거 중에서 이미 목표를 정해 '이재명의 아내다'라고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한테 뱉으라. 죄 없는 무고한 제 아내와 가족들을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카카오스토리 계정과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트위터에 올린 원본 사진을 그대로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면 되는 데 왜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겠느냐"며 "캡처 사진을 올린 것부터 동일인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연거푸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해당 계정이 김혜경씨 것이 맞는다면 출당은 물론 지사직 사퇴"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이 지사는 "뇌물을 받았다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무고한 사람에게 '네가 죄를 지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는 것 자체가 프레임이고 가혹한 정치적 공격에 해당한다. 가정적으로 말하면 되겠느냐. 사실이 아닌데…"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혜경궁 김씨' 트위터 소유주로 지목하며 만든 표 [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캡처]

네티즌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혜경궁 김씨' 트위터 소유주로 지목하며 만든 표 [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캡처]

경찰은 해당 계정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약 30여 차례에 걸쳐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 통신허가서를 발부받아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트위터 계정과 김씨의 휴대전화 끝 번호 두 자리 등이 일치하는 점 등을 의심했다. 해당 계정의 트위터 비밀번호 변경 시 '44'로 끝나는 휴대폰으로 코드 보내기'라는 메시지가 뜨는데 김혜경의 전화번호 뒷자리 2개 역시 'XX44'라고 한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이메일 주소와 김씨의 이메일 주소도 김씨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 등도 트위터에 글이나 사진이 올라온 직전과 직후 같은 사진이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실 등을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과 경찰은 혜경궁 김씨와 김씨가 동일인이 아닌 상황에서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이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해당 트위터 글은 2016년 7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작성됐다가 이후 아이폰에서 작성됐는데, 이는 김씨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바꾼 시점과도 일치한다. 김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기존에 쓰던 아이폰도 다른 휴대전화로 바꾸기도 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김씨가 증거 인멸에 나선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아이폰을 다른 휴대전화로 바꿀 시점에) 워낙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정지를 시켰고 이후에 새 번호로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었다"며 "그 후 선거에 중고전화기들을 모아서 선거운동용으로 쓰다가 지금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11월 2일 오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11월 2일 오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의 변호인인 나승철 변호사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이 쏟아졌고 휴대전화도 사용한 지도 2년 정도 돼 바꿀 시기가 돼 바꿨다. 기존 휴대전화를 선거운동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선거가 끝나고 어디에 있는지 우리도 알지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실제로 이 지사 측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정확한 소유자를 알기 위해 트위터 측에 '확인' 요청을 했었다고 한다.
나 변호사는 "해당 트위터가 논란이 됐던 지난 4월 16일 트위터 코리아에 '김혜경씨의 것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당일 '개인정보는 공유할 권한이 없다'는 거부 메일을 받았다"며 "김씨가 해당 계정의 소유주라면 우리가 트위터에 확인 요청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트위터 코리아는 "트위터 유저에 대한 개인정보는 한국지사에서 열람 및 공유할 권한이 전혀 없다. 경찰청, 법원에서 법 집행기관 양식을 통해 먼저 신고하시고 트위터에서 받는 케이스 번호를 다시 전달해주면 본사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찰도 지난 5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미국 트위터 본사에 해당 계정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지만 "범죄 성격을 담아냈을 때 (정보) 제공할 수 없다"며 거부당했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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