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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인생의멘토] 웅진씽크빅 김준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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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웅진씽크빅 김준희(48) 사장은 '긴급조치 9호 세대'다. 서울대 법대 4학년이던 1979년, 유신헌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됐다. 이듬해 풀려났지만 취직은 쉽지 않았다. 이런 그를 품은 곳이 웅진출판이다. 인재에 목마른 윤석금(현 웅진그룹 회장) 사장이 그를 붙잡았다. 당시론 어려운 일이었다. 열심히 일해 편집국장까지 오른 그는 91년 인생의 첫 멘토를 만났다. 백석기(현 협성대 총장) 사장이다. "해군사관학교장까지 지낸 분이었어요. 군사정권 시절인 만큼 처음엔 거부감이 없잖았죠." 그의 마음을 연 건 백 사장의 '원칙'이었다. "세상에 원칙대로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게도 살 수 있다,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요." 백 사장은 담백했다. 또한 언행이 한결같았다. 어느 날 백 사장이 그를 불러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나무랐다. 출판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비수 같은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씀을 편집국원 전체가 있는 자리에서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또 하시는 겁니다. 충격받았죠. 그 흔들림 없는 일관성에 말입니다."

김 사장은 "상사가 원칙주의자면 같이 일하기 힘들 것 같지만 그 반대"라고 했다. "합리적 기준에 맞으면 그 다음부턴 자유니까요. 제가 비교적 합리적인 경영자란 평을 듣게 된 건 그분 덕이라 생각합니다."

김 사장은 또 인생의 길잡이로 윤석금 회장을 꼽았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웅진그룹도 자금난을 겪었다. 이때 윤 회장이 새 아이디어를 냈다. "'웅진IQ'란 배달 학습지를 만들어 팔되 잡지처럼 1년 구독료를 먼저 내게 한 겁니다. 책 먼저 배달하고 대금은 월부로 받는 걸 당연시하던 때였어요." 단기간에 30만 명의 회원이 모이면서 선납 구독료로 160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윤 회장의 탁월한 능력보다 '내심(內心)'을 더 존경한다고 했다. "회사가 새 도전에 직면할 때면 회장님이 그러세요. 내 무슨 욕심이 더 있겠는가, 하지만 후배들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그 말씀이 이젠 제가 열심히 뛰는 이유가 됐습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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