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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역대급 ‘불수능’ 6문제 틀려도 1등급 받을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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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호 06면

2019학년도 대입 수능 가채점 해보니

지난 15일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국어 영역의 1등급 구분점수(등급컷)가 낮게는 85점(원점수 100점 만점 기준)으로 예상됐다. 16일 각 고교와 입시업체들이 수능 가채점을 실시한 가운데 국어에서 1등급컷이 90점 밑으로 예상된 적은 2005학년도 수능 이후 처음이다. 지난 13년간 국어 1등급컷 점수는 모두 90점 이상이었다.

국어 1등급컷 85점, 14년 만의 최저 #수학 나형 88점, 작년보다 4점 하락 #영어 1등급 3만 명 줄어 2만 명대로 #수시 최저학력기준 미달 속출할 듯 #점수 동반하락, 너무 실망 말아야 #표준점수 기반한 석차가 더 중요

수학과 영어도 전년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가채점 결과가 나왔다. 수학은 지난해 가·나형 모두 92점이 1등급컷 점수였는데, 이번 수능에선 수학 가형은 92점, 나형은 88점으로 예상된다. 시험 직후 교사들과 입시 전문가들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쉬웠다고 분석했지만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이보다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수험생들은 당황스러워했다. 국어 1등급컷 점수가 85점이란 가채점 결과가 다음달 5일 수능 성적 발표 때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지문 하나에 딸린 문제 6개를 모두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서울 경복고 방원준(19)군은 “국어가 진짜 지옥이었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1등급이 나왔고 시간도 남았는데 이번엔 시간이 모자라 가채점도 못했다. 국어 시험 끝나고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사 이모씨는 “국어가 너무 어려워 가채점을 아예 하지 못한 학생도 많다. 낙담한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실망하게 해 죄송하다’고 말할 때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절대평가로 시행돼 올해로 2년째를 맞는 영어가 입시의 변수로 떠올랐다. 절대평가라 90점만 넘으면 1등급을 받는데, 올해 어렵게 출제되면서 1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어 1등급을 받은 학생은 10.03%(5만2983명)에 달했지만 입시업체들은 올해 수능에선 5%도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등급 학생 수가 2만 명대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수시모집에서는 영어 1등급 감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어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수시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이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영어가 절대평가인데도 상당히 어렵게 출제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속출할 전망이다. 지원 전략을 세우는 데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시모집에서 영어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대학마다 반영 방법이 제각각인데, 감점을 하는 서울대의 경우 1등급과 3등급의 차이가 1점에 불과하다. 가산점을 주는 서강대도 등급마다 1점씩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험이 어려웠다고 해서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점수가 떨어진 만큼 다른 수험생의 점수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문수 청원여고 교사는 “난이도가 특히 재학생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수능은 표준점수에 기반한 석차 체제다. 당장 점수가 높고 낮음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입시업체가 원점수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대학 합격선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만 써야 한다고 진학지도 교사들은 조언했다. 실제 입시에서는 영역별 난이도를 고려한 ‘표준점수’가 주로 활용되며, 대학마다 영역별 반영 비율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 성균관대는 수학이 40%, 탐구가 20% 반영되지만 한양대는 수학 30%, 탐구 30%가 반영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이 많이 반영되는 대학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미 입시를 치러본 대학생들은 수험생들에게 ‘멘털 관리’를 주문했다. 서울대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이인영씨는 “결과에 상관없이 푹 쉬고 스스로 다독여야 할 시간”이라며 “면접이나 논술을 준비할 때 학교에서 비슷한 학과를 지원하는 친구끼리 스터디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지환씨는 “2년 전 수능을 봤을 당시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어 재수하게 될 수도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수능 이후 곧바로 치러진 내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남윤서·이태윤·김정연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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