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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도 종업원도 메뉴도 없는 식당…정체는?

중앙일보

입력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로봇 종업원이 식탁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몸통에 달린 쟁반 위에는 요리 접시가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번호가 나오던 까만 화면은 어느새 빙긋 웃는 얼굴로 변했습니다.

징둥닷컴이 9일 문 연 '징둥 X 미래식당' 가보니 #총 면적 400㎡에 요리사, 종업원 각각 3명뿐 #유명 쉐프 사사한 로봇 요리사, 40여종 음식 요리 #메뉴 대신 QR 코드, 로봇 종업원 서빙

징둥의 마스코트 '조이'가 식당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한다(왼쪽). 로봇 종업원이 완성된 요리를 쟁반에 담아 가져왔다(가운데, 오른쪽) [사진 차이나랩]

징둥의 마스코트 '조이'가 식당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한다(왼쪽). 로봇 종업원이 완성된 요리를 쟁반에 담아 가져왔다(가운데, 오른쪽) [사진 차이나랩]

징둥이 상상한 미래의 식당은

지난 9일 중국 톈진에 있는 '징둥 X 미래식당'에 다녀왔습니다. 징둥닷컴이 처음 선보이는 '스마트 식당'으로, 징둥이 개발한 미래 기술이 총망라된 곳입니다. 이달 초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지난 10일 정식 개점했습니다.

총면적 400㎡, 1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식당이지만 요리사와 종업원은 각각 3명뿐. 메뉴판조차 보이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음식을 하는 식당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비밀은 바로 '스마트 시스템'에 있습니다. 주방에는 로봇 요리사, 홀에는 로봇 종업원이 분주하게 일합니다. 메뉴판이 없는 대신 각 식탁에는 테이블 번호와 QR코드가 함께 기재돼 있습니다.

식탁과 칸막이에 테이블 번호와 QR코드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메뉴판이 나온다. 음식을 고르고 결제하면 주방에서는 바로 요리를 시작한다 [사진 차이나랩]

식탁과 칸막이에 테이블 번호와 QR코드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메뉴판이 나온다. 음식을 고르고 결제하면 주방에서는 바로 요리를 시작한다 [사진 차이나랩]

식당에 들어선 손님이 빈자리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메뉴에 있는 사진을 보고 음식을 골라 주문하면 위챗페이나 징둥페이 등 휴대전화와 연동된 결제 수단을 통해 값을 치르게 되고, 그 즉시 주방에서는 주문받은 요리를 시작합니다.

주방에 있는 '사람' 요리사들은 각각 로봇 요리사 다섯을 관리하는데요. 이들 로봇 요리사는 중국 유명 요리사의 조리법을 그대로 전수했습니다.

주문을 받으면 숫자가 적힌 칸에 필요한 재료를 넣는다. 로봇 요리사는 정해진 조리법에 따라 재료를 삶고 볶는다 [사진 징둥닷컴, 차이나랩]

주문을 받으면 숫자가 적힌 칸에 필요한 재료를 넣는다. 로봇 요리사는 정해진 조리법에 따라 재료를 삶고 볶는다 [사진 징둥닷컴, 차이나랩]

1인분에 필요한 재료의 양, 조리할 때 온도와 시간, 음식을 볶을 때는 몇 번을 휘젓고 중간에 굴 소스는 언제 넣어야 하는지…. 로봇 요리사는 스승님의 요리 방식을 똑같이 따릅니다. 주 종목은 쓰촨 지역 음식인데요. 40가지 이상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주방 앞에는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손님들이 조리 과정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 로봇 요리사의 조리 과정이 궁금하다면 클릭

요리를 끝내고 접시에 담아내는 일까지 로봇 요리사가 하고 나면 '사람' 요리사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주방 입구로 옮겨 놓습니다. 이후 '사람' 종업원이 '로봇' 종업원의 쟁반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터치스크린으로 테이블 번호를 누릅니다.

이 로봇 종업원은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는 운항기술을 활용한 자동 운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요. 고해상 지도 기술을 활용해 목적지를 확인하고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해당 테이블로 음식을 나릅니다.

↓ 장애물을 피해 음식을 나르는 로봇 종업원이 궁금하다면 클릭

음식 맛은 어떨까요.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와 함께 방문한 한 부부는 "벌써 세 번째 방문"이라며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중국식 닭 요리 궁바오지딩(宮保鸡丁)을 먹어봤습니다. 닭고기에 땅콩, 고추, 파 등 각종 채소를 넣고 함께 볶은 음식인데요.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다른 음식도 제 입맛엔 꽤 잘 맞아서 덕분에 밥 한 공기를 더 먹었습니다.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징둥 X사업부에서 미래식당을 담당하는 탕스위(唐思宇)는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이 식당이 벌써 화제가 되고 있다. 시범 운영기간에는 저녁 시간대 평균 300명 정도의 손님이 찾아온다"며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차를 타고 한 시간 걸리는 거리에서 일부러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징둥은 왜 이 식당을 만들었을까

X 미래식당의 로봇 요리사들은 언제, 어디서든 항상 똑같은 맛의 요리를 만듭니다. 가끔 프랜차이즈 음식점 중에서도 지점마다 맛이 다른 경우가 있지만 미래식당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게다가 로봇 요리사들은 가장 인기 있다는 유명 쉐프의 레시피를 활용해 요리합니다. 말하자면 "동네 식당에 청와대 조리장을 들여왔다"는 거죠.

또 이 식당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요일과 시간대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음식을 시키는지 끊임없이 분석합니다. 그래서 요일별로 필요한 만큼의 식자재를 알맞게 구비할 수 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재료가 너무 많아서 남기거나, 부족해서 음식을 못 만드는 경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늘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로봇 요리사와 로봇 종업원 덕분에 식당 측은 숙련된 노동력을 인건비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됩니다. 발전된 기술 덕분에 손님도, 식당도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용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이 모든 장점은 혁신 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징둥의 '경계 없는 소매(boundaryless retail)'와 일맥상통합니다.

징둥 X사업부 샤오쥔(肖軍) 부총재는 "징둥닷컴은 스마트 기술을 통해 전통적인 산업을 더욱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며 "미래식당, 무인 슈퍼마켓, 지능형 물류 시스템 등에 적용한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 생활을 한층 더 편리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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