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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적외선망원경으로 ‘별 탄생 요람’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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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연구진이 완성한 파셴알파를 이용한 우리 은하 정밀지도. 오른쪽 네모로 표시한 부분이 케페우스 영역이며 붉은 색 빛은 강한 파셴알파가 방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완성한 파셴알파를 이용한 우리 은하 정밀지도. 오른쪽 네모로 표시한 부분이 케페우스 영역이며 붉은 색 빛은 강한 파셴알파가 방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은 13일 자체 개발한 적외선 우주망원경(MIRIS)을 이용해 별이 생성되는 요람을 새롭게 찾아냈다고 밝혔다. 북위 30도 이상의 지역에서는 1년 내내 관측이 가능한 별자리 ‘세페우스 자리’를 집중 관측한 결과다.

천문연구원, 세페우스 자리 관측 #1000만 살 이하 젊은 별 66개 발견 #우리 은하 정밀지도 제작도 성공

기존 아이작 뉴턴 지상 망원경이 찾아낼 수 없었던 1000만 살 이하의 젊은 별 66개를 새로이 발견한 것이다. 이번 발견은 우리 은하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를 진행한 김일중 천문연 우주천문그룹 선임연구원은 “이번 발견한 별들은 대부분 질량이 태양의 15배 이상으로 매우 큰 ‘무거운 별(Massive Star)’이어서 은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무거운 별이 은하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초신성 폭발이다. 무거운 별은 태양이 100억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뿜어내며 초신성(Supernova)이 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별의 중심핵은 수축해 아주 작은 중성자별이 되거나 블랙홀로 변하는데, 이 과정에서 평생 동안 몸 속에 쌓아왔던 산소·규소·철과 같은 원소들을 다시 우주로 내놓게 된다. 김 연구원은 “무거운 별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은하에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런 점 때문에 향후 은하 진화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세페우스의 비밀을 밝힌 데는 2013년 11월 과학기술위성 3호에 실려 발사된 MIRIS 망원경이 큰 역할을 했다. 그간 지상에서 은하를 관측했던 아이작 뉴턴 지상망원경은 볼 수 없었던 영역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천문연은 이를 이용해, 세페우스 속 무거운 별을 관측하는 데서 나아가 별이 내뿜는 수소 스펙트럼인 ‘파셴알파’를 이용, 세계 최초로 우리 은하의 정밀 지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에 참여한 정웅섭 천문연 박사는 “그간 뉴턴 망원경은 수소 스펙트럼 중에서도 파장이 상대적으로 짧은 ‘H알파’를 관측에 이용했지만 이는 우주 공간 속 여러 물질들에 의해 파장이 흡수되거나 산란되는 ‘성간 소광’때문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MIRIS는 파장이 이 보다 파장이 긴 ‘파셴알파’를 우주 공간에서 관측해 기존 보다 정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나이가 젊은 별들은 ‘전리수소영역’이라고 불리는 거대하고 밀도가 낮은 우주 구름 내부에서 형성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수소 스펙트럼을 관측에 이용한 것이다. MIRIS는 자신과 비슷한 지상 610㎞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광범위한 영역을 관측할 수 있어 은하 정밀지도 제작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5일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증보(Astrophysical Journal Supplement Serie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를 향후 은하면 전체로 확장해 더 많은 새로운 전리수소 영역을 찾아낼 계획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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