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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조금만 운동해도 헐떡헐떡? 담배가 몸속 산소 훔쳐갔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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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로 지키는 건강  ⑤ 흡연자와 호흡기 질환 

산소로 지키는 건강

산소로 지키는 건강

호흡은 생명의 시작과 끝이다. 그 중심에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폐가 위치한다. 폐는 공기 속 산소를 심장·뇌를 비롯한 온몸에 공급한다. 흡연·미세먼지 등으로 폐 기능이 떨어지면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진 상태로 지내게 된다. 만성적인 저산소혈증은 폐에 무리를 줘 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 신체 운동수행 능력에도 차이를 보인다. 산소 결핍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 ‘산소로 지키는 건강’ 마지막 회에서는 흡연자와 호흡기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산소는 우리 몸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산소가 필요하다. 폐에서는 얇고 넓게 퍼진 폐포를 통해 공기와 혈액이 접촉하면서 연속적으로 산소·이산화탄소를 교환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폐가 확장하고 폐 내부의 압력이 줄면서 분압 차이로 폐포에서 모세혈관으로 산소가 이동하고, 숨을 내쉴 때는 모세혈관에서 폐포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렇게 폐포 주변 혈관에서 불어 넣어진 산소는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혈액에 실려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진다. 숨을 잘 쉬어야 건강한 이유다.

산소로 지키는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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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폐활량 감소→산소 부족

산소를 공급하는 폐 기능이 약해지면 어떻게 될까. 한번에 들이마시고 내뱉는 폐활량이 줄면서 몸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 공급이 부족해진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더 가쁘게 숨을 쉰다. 나도 모르게 호흡 횟수가 늘어난다. 흡연이 대표적이다.

 흡연은 산소 도둑이다. 담배 연기 속에 포함된 일산화탄소는 체내의 산소 순환을 방해한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200배 이상 강한 힘으로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담배 연기를 흡입하면 폐에서 헤모글로빈이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와 결합한다. 혈중 산소 농도가 줄어 저산소혈증으로 진행한다. 악화하면 체내 산소 공급량이 부족해 숨을 쉬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영균(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 교수는 “폐 기능이 떨어져 폐활량이 줄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조금만 걸어도 마치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찬다”고 말했다.

 신체 움직임도 둔해진다. 근육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폐·심장을 통해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그런데 흡연을 하면 폐 기능이 떨어져 근육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산소를 공급받기 어렵다. 피로물질인 젖산이 축적돼 지속적인 운동이 힘들어진다.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손장원 교수는 “폐 기능이 떨어져 만성적으로 체내 산소가 부족해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쉽게 지쳐 잘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산소가 운동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도 있다. 건국대 차광석 교수 연구팀은 흡연이 폐 기능과 운동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30대 성인 남성 54명을 대상으로 흡연군과 비흡연군으로 나눠 폐 기능과 최대 산소 섭취량 등을 비교했다. 흡연군은 담배를 평균 하루 17.4개비씩, 13.4년 동안 피웠다. 비흡연군은 흡연 경력이 없었다.

 비교 결과, 1초 동안 힘껏 내뱉은 호기량을 측정하는 폐활량 검사(FEV1.0)에서 흡연군은 65.07%로 비흡연군 74.74%에 비해 낮았다. 똑같이 호흡해도 폐로 산소를 공급하는 양이 적다는 의미다. 단위 체중당 최대 산소 섭취량 역시 흡연군은 43.94mL/㎏/min로 비흡연군(50.48mL/㎏/min)과 차이를 보였다. 운동을 하면 산소 소비량이 증가해 필요한 산소를 신체 조직에 보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심박수가 늘어난다. 연구팀은 “최대 산소 섭취량이 줄어들면서 산소 결핍으로 쉽게 지쳐 운동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산소 모자라면 가래·기침 심화

흡연으로 산소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기침·가래가 심해진다. 폐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흡연이 코·목·폐로 이어지는 숨길을 망가뜨려 만성적인 산소 결핍 상태를 유도한다. 폐 손상도 가속화한다. 따라서 폐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산소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폐·호흡기 건강을 위해 금연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좋다. 찬 공기가 호흡기를 자극하지 않도록 해 산소를 공급하는 폐 기능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밀폐된 실내에서는 오염 물질이 쌓여 산소가 부족해지기 쉬워 자주 환기를 한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황용일 교수는 “스스로 숨이 차다고 느꼈을 때는 폐 기능이 50% 이하로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체내 산소 부족 상태를 점검하는 폐 기능 검사를 받는 것도 고려한다. 한번 나빠진 폐는 예전 상태로 온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평소에 폐 기능을 체크·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 질환은 초기에 진단·치료해야 폐·호흡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산소를 직접적으로 보충하는 것도 좋다. 폐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호흡곤란이 심할 때는 산소를 공급하는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산소가 폐포 내 산소 분압을 높여 저산소혈증을 효과적으로 개선한다. 하루 15시간 이상씩 장기간 산소 치료를 받으면 증상 악화가 억제돼 병원 입원율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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