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시위」에 엇갈린 보도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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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13일 농민들의 국회 앞 시위를 보도한 KBS-TV는 농정의 실패라는 사태의 본질은 외면하고 현상적 측면인 폭력사태를 더 부각시킨 느낌을 주었다.
이날 KBS9시 뉴스 진행자는 앵커 멘트를 통해『그들의 요구가 무엇이든 간에, 아무리 정당하다 해도 우리는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은 폭력을 배격해야 합니다. KBS는 농민이 수세를 내는 것이 합당한 지면제 시켜 주는 것이 합당한지 책임있게 답변할 입장은 아닙니다』『그러나 이 처절하고 공포스러운 폭력사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보도본부 24시는『이날 시위 현장에 나돈 유인물가운데는 북한 농업근 로자동맹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까지 있었다』고 보도했다. 공개서한의 내용(남북한 잉여농산물직거래)을 밝히지 않은채 수신처만 언급했다.
이어 시위 인원·규모·이유·주장 등을 75초 가량의 기자 리포트로 간단히 처리한 뒤 4분55초 가량의「폭력장면」을 중간중간 설명을 곁들여 내보냈다.
같은날 MBC뉴스데스크는 짤막한 앵커 멘트와 기자리포트를 포함해 2분7초 가량 이 문제를 다루었다. 심층 보도가 아쉽기는 했지만 사실 보도 그 자체로서는 비교적 객관적 입장을 취해 KBS와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뉴스데스크는 ▲경찰 진압장면 ▲대회 상징 대형걸개 그림 ▲농민주장이 적힌 피킷 등을 화면으로 처리했다. 기자 리포트는 ▲농민들의 국회진입 시도 이유가 4당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서였고 ▲6공화국 상징 꽃상여와 수세고지서가 불태워졌고 ▲간이점포가 불에 탄 자전거 대여업자들이 농민들이 타고 온 전세버스를 습격해 차에 타고 있던 농민10여명이 부상했고 ▲농민들이 미국 농축산물 수입을 반대했고 ▲대부분의 농민들은 오후6시쯤 타고 온 버스를 타고 해산했다는 등의 주요사실들을 보도했다.
특히 같은 날 0시 뉴스 진행자는 45초 가량의 오프닝 멘트를 통해『일부에서는 농민들의 조직적인 시위에 대해 그 배후에 운동권이 있다는 불신과 함께 시위의 과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같은 시각은 농촌 문제를 치안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함으로써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시각으로 보여집니다』라는 논평을 내보냈다.<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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