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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성범죄 목사, 2시간 내내 눈물 흘리며 거짓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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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교 내 '그루밍 성폭력' 폭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교 내 '그루밍 성폭력' 폭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인천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아들 김모 목사가 10~20대 신도 다수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측을 대변하고 있는 정혜민 목사가 상세한 소식을 전했다.

정 목사는 7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피해자만 10명 이상이고 실제 피해자는 20명 넘는 것으로 본다"고 밝히며 "김 목사가 한 번에 다수의 아이를 만나, 같은 시기에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앞서 정 목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목사가 지난 10년간 중고등부ㆍ청년부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해당 사건은 1년 전에 인지했고, 이제서야 기자회견을 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처음부터 언론에 내려는 생각은 없었다. 교회 안에서, 교단 안에서 자정작용을 통해 치유되기를 바랐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아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피해 아이들이 마음을 다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 목사는 "(가해자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또, 아이들에게 저를 공격하는 것이 교회를 사랑하는 것이고 이게 하나님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아이들이 초반에 참 많이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또, 김 목사와 처음으로 대면하던 날에 겪었던 혼란스러움에 대해서도 말했다. 정 목사는 "처음 만났던 날, 김 목사가 2시간 내내 눈물을 흘리며 '아니다, 거짓말이다, 오해다'라고 말했다"며 "저희는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어떻게 두시간 내내 울 수 있나 의아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의 거짓말을 파악하게 된 것은 피해 당사자 아이들과의 사자대면 녹음 파일 등을 통해서였다. 정 목사는 지난해 11월 30일 아버지인 김 목사와 당사자 김 목사를 만나 "목사직을 다 내려놓고, 성 치료 기관에서 성 상담을 받고, 피해자들에게 일절 연락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김 목사 부자는 각서까지 썼지만 돌연 태도를 바꿨다. 성 치료 기관에서 김 목사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냈기 때문이다.

사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난 4월, 김 목사는 미국으로 떠났다. 해당 교회가 소속된 노회에서는 김 목사를 제명만 시켰을 뿐 면직시키지 않았다. 정 목사는 "제명은 노회 회원이 아니라는 결정일 뿐 김 목사의 목사직 자체는 유지된다"고 설명하며 이번 사건을 세상에 알리게 된 과정들을 설명했다.

이 사건을 내사 중인 경찰은 합의하에 성관계 등이 있었더라도, 피해자가 사건이 일어난 당시 13세 미만이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피해자가 13세 이상일 경우엔 강제성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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