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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명견만리 강연 감명···새 북방경협위장 직접 추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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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권구훈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추천해서 발탁한 인사라고 청와대가 7일 밝혔다.

'헤드헌터' 文 대통령, 직접 골드만삭스 출신 권구훈 발탁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권 위원장을 출입기자단에 소개하며 “대통령은 TV ‘명견만리’를 보시고 권 위원장님의 강연에 감명을 받아서 기억을 하고 있다가 이번에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인사수석실에 추천을 했고, 검증을 거쳐서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다. (두 분이)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2015년 8월 방영된 이 TV 프로그램의 ‘왜 경제통일인가’ 1편에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출연했다.

 앞서 4일 문 대통령이 권 위원장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 선임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 여권과 관련 업계에서 대체로 ‘능력 있는 사람이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인선 배경이 궁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권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정치권이나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은 인사가 아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을 맡았던 경험도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우리 인재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주류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이 헤드헌터로서 직접 그를 발탁했던 셈이다. 여권 안팎에서도 청와대 내부에서 주축을 이루는 운동권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생)에서 탈피해 글로벌 경험과 인맥을 갖춘 민간 인사를 발탁한 데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권구훈 신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권구훈 신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권 위원장이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 경제와 관련해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경험한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권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으로 입학해 1992년 미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시절 은사인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와 러시아의 시장 경제 도입 과정에 참여해 현장을 지켜봤다.

1993년 국제통화기금(IMF)에 들어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무소 상주대표를 지냈고 2007년 골드만 삭스 서울지점 한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로 옮겨 현재는 홍콩에서 아시아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근무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권구훈 신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권구훈 신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7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수여받은 권 위원장은 “이제는 그동안 구축되어 온 북방 정책 추진체계와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내실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IMF와 골드만삭스에서의 경험이 북방 정책의 내실화에 충분히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제지도, 새로운 공간과 기회의 확장이라는 비전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본래 목표인 대통령에 대한 자문 기능을 보다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권 위원장이 현역 미국계 회사의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면서 공직을 맡는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만약 남북 관계가 좋아져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업무가 바빠지고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할 정도가 되면 (본인도 겸직 문제에 대해) 결정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 인선에 앞서 올해 9월 연임이 결정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 발탁도 당시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20대에 게임업체를 창업해 한때 보유 주식 가치가 1조원 대에 이를 정도였던 장 위원장은 IT 업계에서는 벤처 신화로 불린다. 장 위원장은 청와대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영입하려던 1순위 인사이기도 했다.

 다만 권구훈 위원장이나 장병규 위원장과 같이 민간에서 파격 발탁된 인사가 공직 사회를 장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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