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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젊음'… 수도 서울을 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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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기도 수도도 없는 서울 달동네에서 자란 아이가 서울시장이 됐다. 민선 서울시장 가운데 최연소이자 첫 40대인 오세훈(45) 당선자. 그는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을 딛고 변호사.환경운동가.국회의원을 거쳐 1000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게 됐다.

대일고.고려대 법대를 나와 1984년 사법시험 26회에 합격한 그가 택한 길은 '환경 변호사'였다. 94년 대기업을 상대로 한 아파트 일조권 소송을 맡아 승리로 이끌면서 주목을 받았다. MBC '오 변호사 배 변호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을 맡아 얼굴도 알렸다.

98년 미국 예일대 로스쿨 객원교수를 다녀온 그는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서울 강남을)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귀국 후 진로를 고민하던 그에게 국회로 가서 입법활동으로 환경운동을 도우라고 설득했다"며 "당시 우리가 그를 국회로 특파한 셈"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원 시절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주로 일한 그는 정치자금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른바 '오세훈 법'을 주도한 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환경을 어렵게 만들어 놓고 자기만 떠났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의도를 벗어나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간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한나라당 소장파 사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 방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11월 서울시장 출마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정병국.박형준 의원 등이 다시 그의 설득에 나선 것은 4월 초. '강풍(康風.강금실 바람)'이 거셀 때였다.

강 후보는 선거 막바지 72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는 '불면(不眠) 마라톤 유세'로 역전을 노렸으나 이미 전세가 기운 뒤였다.

오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여당의 '정수기 광고 위법성' 공세에 시달렸다. 그러나 "강 후보의 공약이 우수하다"고 연설하는 등 하루 하나씩 경쟁 후보를 치켜세우는 '칭찬 선거' 캠페인을 끝까지 고집했다.

그의 핵심 공약은 ▶세운상가 현대화 및 문화공간 조성▶남대문.동대문 시장 등 도심 상권 부활▶서울 대기질 개선 등이다. "취임 후 곧바로 공약 실천에 들어가겠다"는 게 그의 말이다.

다음은 오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서울시민들이 압도적으로 표를 줬다.

"이번 선거 결과에는 새로운 정치와 깨끗한 행정을 바라는 서울시민들의 바람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40대 시장으로서 5만 명의 서울시 공무원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겠느냐는 염려도 있다.

"기본적으로 서울시는 잘 짜인 조직이며 공무원들이 모두 양질이다. 이들에겐 군림할 필요가 없다. 모든 시정을 구상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토론과 설득 과정을 거칠 생각이다. 시장의 진심을 이해시키겠다. 그렇게 하면 질 높은 공무원들이 당연히 따라와 줄 것이다. 젊은 시장이 가지는 역동성이 훨씬 큰 효율로 나타나리라 확신한다."

-어떤 형태의 리더십을 펼 생각인가.

"과거의 리더십은 기관차가 앞에서 끌고나가는 '열차형' 리더십이었다. 이제는 뒤에서 서서히 몰아가는 '마차형' 리더십이 더 어울리는 세상이다."

-선거 과정에서 여당의 공세적 문제 제기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게 너무 소극적이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왔는데.

"내가 네거티브(상대 후보 약점 공격하기)를 안하겠다는 것은 경쟁 후보를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뜻도 있지만 상대방의 비방전에 말리지 않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말을 하다 보면 말이 말을 낳게 돼 선거판에서 정책이 실종된다."

-세운상가 현대화가 핵심 공약인데 언제부터 추진할 계획인가.

"취임하면 바로 준비에 들어갈 생각이다.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합법적으로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분들의 권리를 존중하며 '윈-윈'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해결하겠다."

-선거 막바지에 '철인3종 유세'를 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는데 건강은 괜찮은가.

"선거전에 뛰어들기 전 77kg이었던 몸무게가 69kg으로 빠졌다. 아직 견딜 만하다."

강주안 기자<jooa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약력

▶생년월일:1961년 1월 4일(45세)

▶출생지:서울 성동구

▶학력:대일고/고려대 법학과

▶종교:천주교

▶병역:육군 중위 전역

▶재산:36억1983만원

▶존경하는 인물:정약용

▶경력:사시 26회/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숙명여대 법학과 겸임교수/16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청년위원장/ 법무법인 지성 대표 변호사

▶가족:부인 송현옥(45.세종대 교수)씨와 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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