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점] 문광위, 언론정책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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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보나."(한나라당 李元昌 의원)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

"장관의 사생활을 보도해도 문화부 차원에서 취재를 거부할 수 있겠나."

"제 자신에 대한 보도라 할지라도 대단히 악의적이고 불필요한 보도라고 판단되면 공보관 개인이 취재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22일 문광위의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언론정책을 비난하는 야당 의원들과 이에 맞서는 이창동 장관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盧대통령의 언론사를 상대로 한 이른바 '표적 소송'과 청와대 이병완(李炳浣)홍보수석의 동아일보 취재 봉쇄가 쟁점이었다.

◇"대통령이 표적 소송하나"=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의원은 국감장에서 분석자료 하나를 냈다. 盧대통령이 언론사 상대 소송에서 명예훼손의 근거라며 제시한 형 건평씨의 진영 땅, 이기명씨의 용인땅, 대선 잔금과 생수회사 장수천 논란 등과 관련한 보도를 분석한 결과다.

자료에는 대통령에게서 소송을 당한 언론사와 나머지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高의원은 "이런 점에 비춰볼 때 盧대통령이 일부 언론만 선별해 표적 소송을 제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의원도 "참여정부 들어 이틀에 한건 꼴이던 언론중재신청 건수가 9월 들어 하루 한건 이상으로 급증했다"며 "대통령 비서실의 소송가액이 47억8천여만원에 달하는 등 국민 혈세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취재 봉쇄 논란=鄭의원은 "어떤 기사를 1면 톱으로 할지는 전적으로 언론사의 몫인데, 기사가 맘에 안든다고 취재 봉쇄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정면 부정하는 폭력적 언론탄압 행위"라며 "5공 군사독재 정권 때의 보도지침 악령이 부활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高의원은 "참여정부 들어 언론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홍보수석은 즉각 사퇴하고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李수석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직접 추궁하기로 했다.

반면 통합신당 신기남(辛基南)의원은 "대통령이 언론사에 소송을 제기한 뒤 청와대의 오보 대응 건수가 확연히 줄었다"며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유도해 기사의 질을 높였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李장관도 "언론사들이 청와대에 대해 가혹하게 기사를 쓴다고 생각한다"며 "비판이 사실에 근거했다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부당한 비판이라면 전혀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신홍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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