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시·축시 묶으니 한 권…이근배 시인, 37편 모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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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년 가까이 열정적인 문단 활동을 펼쳐온 이근배(65.사진) 시인이 이색 시집을 펴냈다. 각종 행사에서 발표한 기념시와 축시 37편만 모아 시집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동학사)을 낸 것이다.

아마도 이근배 시인만이 가능한 시집일 터이다. 왜냐면 그는 시력 45년 동안 문단 안팎의 주요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며, 각종 기념시와 축시를 도맡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축시만 모아놓다 보니, 시집은 지난 20여 년간의 역사적 사건을 압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문학사적으로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은 '대백두(大百頭)에 바친다'일 것이다. 1989년 남한 시인 최초로 백두산 천지에 오른 심경을 읊은 작품으로, 본지 89년 9월 5일자에 실렸다. 88년 발표한 서울 올림픽 축시 '승리여, 이 드높은 하늘의 축복이여', 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보고 쓴 '새 하늘이 열리는 날', 2002년 하와이 이주 100주년을 기념한 '우리는 황금이 열리는 섬으로 간다'등. 시인은 민족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벅찬 감동을 노래했다. 그렇다고 기쁨만 노래한 건 아니다. 79년 열린 제1회 서울세계시인대회의 축시 '잔(盞)'은 내내 우울하다. 김지하.고은 등 시인들이 투옥된 마당에 진정한 축시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61년부터 64년 사이 5개 일간지의 신춘문예 시.시조.동시 부문에서 당선된 이래 한국시인협회 회장.한국시조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고 지금도 지용회 회장.현대 시조 100년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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