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노태우 혁명」논-김진<정치부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4일 국회본회의에서는 「노태우 혁명」이란 생소한(?)표현이 등장했다.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강영훈 총리가 이런 표현을 썼고 야당이 즉각 이에 대해 『무슨 뜻인가. 전두환씨에 대항한 혁명이란 말인가』라고 되받고 나왔다.
강총리는 『6·29이후 정치·사회적 변화는 가위 혁명적이었다. 대규모사면·복권, 언론자유의 신장, 자유와 개방의 확대 등…. 노태우 혁명이란 이러한 혁명적 발전을 강조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강총리는 이어 『6공화국정부는 노태우 혁명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이 말은 한두번 거론되다 말았지만 정부의 「노태우 혁명」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됐다.
강총리의 논리에 따르면 「노태우 혁명」이란 민주혁명이고 그 시발점은 6·29이며 그 주체는 노태우 대통령이란 것이다.
즉 사람들이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고문경관들이 구속되고, 무엇보다도 전직대통령의 친인척 등 5공 비리인사 47명이 무더기로 감옥에 가게된 우리사회의 변화에 물꼬를 튼 사람이 다름 아닌 노태우 대통령이란 얘기다.
물론 노대통령의 민주화의지를 과소평가하자는 것도 아니고 6·29가 나오기까지의 그의 결단을 우리가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사리는 가려야한다. 그 자신이 스스로 『6·29는 국민앞의 항복』이라는 솔직한 고백을 했다.
아울러 작금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혁명적 변화는 본질적으로 4·26총선을 통해 이룩된 여소야대의 상황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
때문에 획기적인 민주개혁조치를 굳이 「혁명」이라고 부른다면, 그리고 그 원동력을 6·29와 여소야대에서 찾는다면 그 「주체」는 다름아닌 국민이어야 할 것이다.
지난번 3김 회담을 「3인 혁명평의회」라고 비아냥거리면서 혁명적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는 민정당이, 그리고 6공정부가 이제는 민주개혁의 공치사를 독차지하려고 한다면 국민은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노정부는 6·29의 과잉 선전보다는 국민의 생각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던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회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