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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예방에 딱···혈관 모습처럼 자라는 이 약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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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35)

지난 칼럼에 가슴이 아플 때를 대비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정리했다. 가슴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심장을 걱정하게 마련이다. 심장 자체가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검사를 받고 나면 협심증·판막 이상·부정맥 등 심장 문제로 인한 진단을 받곤 한다. 등산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이고, 30~40대의 젊은이도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곤 하니 가슴 통증에 걱정이 많을 만도 하다.

심장을 건강하게 해주는 한약재이지만 한국에서는 자주 처방되지 않아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약재 단삼. [사진 박용환]

심장을 건강하게 해주는 한약재이지만 한국에서는 자주 처방되지 않아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약재 단삼. [사진 박용환]

이번에는 심장을 건강하게 해주는 한약재를 한 가지 추천하고자 한다. 바로 단삼이다. 단삼은 아직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약재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자주 처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도 단삼에 대해 심장과 연결해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단삼이 혈관질환에 도움이 되며 특히 심장질환을 잘 듣는다는 여러 실험결과와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삼, 몸 전체의 혈액순환 개선하는 약초

한국의 한의학은 진료실에서 맞춤형 처방을 하는 데 비해, 중국에서는 마치 약국처럼 효능에 맞는 한약을 미리 만들어 놓고 처방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는 단삼을 주성분으로 하여 만든 약으로 협심증을 비롯한 가슴 통증, 두근거림 등의 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단삼을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다. 다리가 약하면서 저리고 아픈 것과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또는 고름을 빨아내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살찌게 하고 오래된 어혈을 헤치며 새로운 피를 보하여 주고 태아를 안정시키며, 죽은 태아를 나오게 한다. 월경을 고르게 하고 하혈과 냉을 멎게 한다”고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몸 전체의 혈액순환을 개선해주는 약초라고 요약하면 되겠다.

지인의 밭에다 여러 약초를 심어 직접 약초 농사를 지어봤다. 초보 농사꾼이다 보니 무모하게 도전하는 바람에 환자가 없는 틈을 타 스스로 침을 놓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끙끙대야 했다. [사진 박용환]

지인의 밭에다 여러 약초를 심어 직접 약초 농사를 지어봤다. 초보 농사꾼이다 보니 무모하게 도전하는 바람에 환자가 없는 틈을 타 스스로 침을 놓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끙끙대야 했다. [사진 박용환]

지인의 밭에다 여러 약초를 심어 직접 약초 농사를 지어봤다. 거의 660㎡ 가까이 되는 곳을 직접 삽과 곡괭이로 파 고랑을 내고, 모종을 심고, 물 주고, 키우다 보니 삭신이 쑤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랑 파주는 기계도 있고, 모종도 쉽게 심을 수 있는 도구도 있었지만 초보 농사꾼이다 보니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무모하게 도전했다. 이 때문에 주 중에 환자가 없는 한가한 틈에는 치료실 베드 한 곳에서 내 몸에 스스로 침을 놓고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끙끙대야 했다.

무지막지한 가뭄과 더위에도 꽃 피워

여러 약초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을 올린 것이 단삼이었다. 여름에 피는 단삼 꽃도 참 예뻤지만, 다른 약초보다 생명력도 굉장히 좋은 것 같았다. 농사를 지을 당시 그 해는 무지막지한 가뭄과 작렬하는 더위로 전국에 농토가 몸살을 앓던 때였다. 그 더위에 약초 4분의 1이 말라 비틀어져 갈 때 단삼만큼은 위용 당당하게 꽃을 피우고 잎이 무성했다. 약초의 약효를 설명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항산화 효과다. 식물 속에 있는 자연적인 치유력이 높아지려면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 것이 효과가 더 크다.

늦가을 수확할 때 땅을 파면서 비로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약초를 구경하러 온 지인들을 불러 단삼의 뿌리를 보여줬다.

단삼의 뿌리. 단삼은 콜레스테롤 제거와 혈액 청소에 효과적이며 혈관 탄력성을 높여준다. 말초혈액순환도 좋게 해 여성의 자궁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 박용환]

단삼의 뿌리. 단삼은 콜레스테롤 제거와 혈액 청소에 효과적이며 혈관 탄력성을 높여준다. 말초혈액순환도 좋게 해 여성의 자궁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 박용환]

“자, 이게 단삼입니다. 뿌리가 어떻게 생겼나요. 아주 빨간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져 나가고 있죠. 이 붉디붉은 뿌리 덕분에 붉을 단(丹)이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약효가 뛰어난 약초에 삼이라는 이름을 붙여요. 인삼도 효과가 좋아 삼이 붙은 약초죠. 지금 제 손에 들고 있는 단삼의 빨간 뿌리가 사방으로 뻗은 게 무엇처럼 보입니까. 마치 심장에서 온몸으로 퍼지고 있는 혈관처럼 보이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단삼은 심혈관계 계통에 효과가 탁월합니다.”

이런 약초를 먹기 위해 심장질환이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우리 혈관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일해야 하며, 언제나 무언가 찌꺼기가 끼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찌꺼기 중 하나가 콜레스테롤이다. 단삼은 콜레스테롤 제거에도 좋다. 혈액을 깨끗하게 해주고 혈관 탄력성을 높여준다.

말초혈액순환도 좋게 한다. 말초는 끝부분이다. 손발 끝까지 혈액순환을 시켜 손발이 찬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말초를 자극하는 선정적인’이라는 문구에서 보듯이 성 기능도 말초혈액순환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남성의 말초는 혈액이 어마어마하게 몰려야 한다.

여성은 자궁의 상태로 말초혈액순환을 파악할 수 있다. 물혹, 근종, 자궁내막증 등 자궁 쪽 불안한 질환은 모두 자궁 내로 혈액유입이 잘 안 돼 생긴 것이라서 자궁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피부도 말초다. 몸 안쪽이 중앙이라면 피부는 바깥쪽 끝이다. 피부 쪽 모세혈관이 잘 순환돼야 피부 결이 맑아지고 발그레하게 생명력이 돈다.

산후조리에도 딱 들어맞는 약재

머리 두피야말로 말초혈액순환이 필요한 곳이다. 탈모 증상에 도움이 된다. 산후에도 정말 좋다. 동의보감 조문에서 보듯 유산 후 조리나 산후조리에 딱 들어맞는 약재다. 이런 증상이 모두 혈액순환과 연관이 있어서다.

예방을 위해 차로 마실 때는 잘 말린 단삼을 한 번에 4~8g 정도면 충분하다. 맛을 위해 대추와 생강을 곁들이면 좋겠다. 질환이 있는 경우 한의사의 조언을 얻어 처방받기를 권한다. 치료에 도움을 주려고 곁들이는 것은 좋지만,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의사의 역할이 이런 약초를 잘 배합하고 대량으로 쓸 수 있도록 처방해 그 사람 몸에 맞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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