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급 공무원 계급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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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대해 '철밥통'이라는 비아냥이 있었다. 정년이 확실히 보장되고, 때만 되면 승진하는 연공서열제 때문이다.

앞으론 그런 말을 쓰기 어렵게 됐다. 공무원 사회에도 경쟁의 바람이 불게 됐다. 7월 1일부터 '고위 공무원단'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3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에 대해선 계급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3급부터 1급까지 다 똑같아진다. 그중에서 각 부 장관이 필요한 사람을 골라 쓰는 것이다. 같은 해에 입사해 호봉이 같아도 직무.성과에 따라 월급이 달라진다. 연봉제 때문이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고위 공무원단 시행을 위한 11개 하위 법령을 통과시켰다.

◆ 계급은 가고 직무만 남는다=행정고시에 합격하면 5급(사무관)이다. 이때부터 연공서열대로 승진이 이뤄졌던 게 그간의 관행이다. 보통 실장 또는 본부장은 1급이, 국장은 2~3급이 맡는다. 동기들보다 1~2년 정도 빠를 순 있어도 그 이상은 어렵다. 그게 공무원 세계다. 이젠 달라진다.

고위 공무원단에 포함되는 3급 이상부터는 다 똑같다. 과거에는 1급이 가던 자리에 이제 막 3급으로 승진한 사람이 갈 수도 있다. 또 과거의 1급이 그 아래서 일할 수도 있다. 중앙인사위원회 조창현 위원장은 "일을 잘하는데도 급수가 낮아 그 자리에 보낼 수 없다는 말은 이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철밥통 깨진다=동일 호봉에 따른 동일 연봉도 사라진다.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된 현행 임금체계가 달라진다. 기본급을 기준급과 직무급으로 나누고, 직무급은 5단계로 차등 지급한다.

어려운 일을 하면 더 받는다는 게 원칙이다. (가)등급의 연간 직무급은 1200만원이고 (마)등급의 직무급은 240만원으로 책정됐다.

행정고시 동기끼리의 연봉이 최대 960만원까지 차이가 생긴다. 성과급까지 더하면 차이가 커진다. 인사위 관계자는 "행정고시 동기인 3급 국장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직무급과 성과급까지 합쳐 최대 1177만원까지 연봉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최대 강점이던 직업 안정성은 약해진다. 2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고 보직이 없이 2년간 지내면 직권면직 대상이 된다. 거기에다 5년마다 적격심사를 해 총 2년 동안 최하위 등급을 받고 무보직 상태가 1년 이상이면 부적격자로 판정돼 면직된다.

1년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고 무보직 기간이 1년6개월을 넘어도 부적격자다.

◆ 공정성이 핵심=공직사회에선 "잘나가는 부처 사람들만 좋은 자리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세금 등 부처마다 필요한 업무를 담당해온 공무원들은 오라는 곳이 많은 게 당연하다. 건설이나 상하수도 등 전문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울상이다. 평가가 연봉과 퇴출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쳐 줄서기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무조정실의 국장급 공무원은 "공정한 평가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없다면 혁명적인 제도가 아니라 망국적인 제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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