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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노모, 이승엽… 한일 야구 영웅들이 모인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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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한국야구위원회 국제홍보위원의 현역시절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박찬호 기념관' 이 3일 충남 공주시에 문을 열었다. 박찬호가 노모에게 전시실을 안내하고 있다. 공주=김상선 기자

박찬호 한국야구위원회 국제홍보위원의 현역시절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박찬호 기념관' 이 3일 충남 공주시에 문을 열었다. 박찬호가 노모에게 전시실을 안내하고 있다. 공주=김상선 기자

박찬호(45), 노모 히데오(50·일본), 이승엽(42)….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충남 공주에서 문을 연 박찬호 기념관 개관식을 위해서였다.

충남 공주시는 3일 산성동 147번지 일원에서 박찬호 기념관과 박찬호 골목길 개관식을 열었다. 기념관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국제홍보위원으로 활동중인 박찬호의 생가를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2층 7개 전시실로 구성된 기념관엔 박 위원의 초·중·고 시절 소장품을 비롯해 MLB 124번째 승리 공 등 소장품이 자리한다. 2층엔 박 위원이 가장 오래 몸담았던 LA 다저스 구단 라커룸이 재현됐다. 박찬호의 현역 시절 투구 모습을 재현한 조각상도 설치됐다. 박찬호는 "내가 살았던 집에 이렇게 기념관이 생겨 기쁘다. 2년 동안 애써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날 행사엔 주인공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 가족 친지와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함께 뛴 일본인 투수 노모, 이승엽 KBO 홍보대사, 김선우 해설위원, 손시헌(NC) 등 야구계 선후배가 자리했다. 김정섭 공주시장, 정진석 국회의원, 혜민 스님, 장윤호 KBO 사무총장 지역 초등학교 야구부 선수 등 200여명도 참석했다. 박찬호와 친분이 있는 배우 박상원·정준호·오지호·류수영 씨도 자리를 빛냈다.

박찬호 기념관을 찾은 야구 선수들이 전시관 밖에 설치된 박 선수의 투구 모습 조각을 바라보고 있다. 공주=김상선 기자

박찬호 기념관을 찾은 야구 선수들이 전시관 밖에 설치된 박 선수의 투구 모습 조각을 바라보고 있다. 공주=김상선 기자

노모와 박찬호는 MLB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아시아 투수다. 노모는 양대리그 노히트노런을 포함해 통산 123승을 거뒀다. 노모보다 더 오래 현역 생활을 한 박찬호는 124승으로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1995~97년엔 함께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1997년 박찬호가 장학회를 만들었을 때도 한국을 찾아 축하했다. 2011년 일본 오릭스, 2012년 한화 이글스를 거쳐 마운드를 떠난 박찬호는 "2007년쯤 은퇴를 고려했었다. 하지만 노모의 조언으로 몇 년 더 선수로서 뛰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2011년엔 전 LA 다저스 구단주 피터 오말리와 함께 다저타운을 공동운영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사회인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노모는 오말리와 인연으로 샌디에이고 구단 자문직을 맡기도 했다.

현역 시절 노모와 박찬호

현역 시절 노모와 박찬호

전날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노모는 축사를 통해 "서울에서 좀 멀어 돌아갈 길이 걱정"이라고 웃으면서도 "이렇게 멋진 곳에 많은 분이 오길 바란다. 앞으로도 박찬호와 계속 친분을 유지하며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고교, 대학 시절 노모 선수를 보면서 내 투구폼을 바꿔보기도 했다. 어렵게 시간을 내 자리해 준 노모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날 플레이오프 중계를 마치고 기념관을 찾은 이승엽 홍보대사는 "이렇게 선배 앞에서 축사를 하게 돼 부끄럽다. 한국 야구의 큰 별인 박찬호 선배에게 축하한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고 했다.

박찬호 기념관을 둘러보는 참석자들. 공주=김상선 기자

박찬호 기념관을 둘러보는 참석자들. 공주=김상선 기자

박찬호는 최근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나 방송에 출연했을 때 입담을 과시해 '투 머치 토커'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제가 투 머치 토커로 불리고 있는데 오늘만큼은 감사드릴 분이 많으니 특별히 허락을 부탁드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자신이 야구선수로 성장한 과정과 기념관 조성에 도움을 준 공주시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큰 영광을 누렸다. 솔직히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마저 이겨냈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다. 특히 IMF 시절 큰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에겐 지금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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