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등 참여 요구가 새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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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5월의 봄철 임금교섭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국노동연구원(원장 배무기 박사) 은 l3일 프레스센터에서 5백여 명의 노·사·정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89년 임금교섭에 관한 토론회」 를 열었다.
주제발표 및 토론내용을 통해 분규 전망 및 효과적인 교섭방식에 대해 알아본다.
노동연구원 이수 박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설문조사 결과 노사양측이 올해의 분규에 대해 지난해 보다 낙관하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노조의 경영·인사권 참여 욕구 등 새 변수도 많아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1월 1백96개업체(제조·운수·광업) 의 노·사 대표를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의 분규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한 사용자가 48%, 노조가 39%로 가장 많았고 「88년과 같을 것」으로 본 사용주는 22%, 노조는 18%였다. 「분규가 늘어날 것」으로 본 사용자는 19%, 노조는 33%여서 사용자측이 더 낙관적이었다.
또 경영·인사권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사용자의 68%가 「고유 권한이므로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단체교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으나 노조측은 77%가 「근로조건에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은 교섭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15%가 「반드시 교섭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박사는 우리 노조법이 단체교섭의 대상에 대해 「단체협약의 체결 및 기타 사항」(33조의 1) 이라고만 규정해 대상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 분쟁소지를 크게 하고 있다고 지적, 교섭대상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1차적 판정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또 분규가 1년 내내 계속되는 피해(지난해의 경우 45%기업이 임금협정과 단체협약을 별도로 했음) 를 줄이기 위해 모든 기업의 단체교섭 시기를 통일해야 하며 설문조사에서 사용자의 53%, 노조의 61%가 여기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또 사용자의 경영자료 성실공개, 노조의 충분한 교섭기간 설정 등 교섭기법의 성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연구원 박영범 박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올해에도 상당 정도의 분규가 발생할 것이나 쟁의의 적법화 경향 등으로 노사관계는 88년보다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분규소지는 88년 임금인상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사용자의 60%가 「무리한 인상」이라고 했고 노조는 14%만이 「만족한다」고 한데서도 발견된다. 그러나 쟁의없이 교섭을 완료한 기업이 87년에는 54%였다가 88년에는 81%로 증가,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88년 분규에서는 생산직. 사무직의 임금 격차가 축소된 반면 대기업·중소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져 앞으로의 과제로 지적됐다. 또 쟁의 강도가 높을수록 인상률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사용자 측은 올해 지난해 평균 인상률 14·1%보다 낮은 평균 12%의 임금인상을 계획(상공회의소 조사) 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관철 하려는 등 지난 해보다 강한 저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토론에서 한양대 김유교 교수는 『앞으로는 임금결정이 생산성 기준보다 생계비와 노사간 역학관계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며 『어떤 형태로든 근로자의 경영참가가 제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총 황정현총 무는 『쟁의 강도와 경제손실이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불이익 처분 외의 인사문제에 노조가 관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혔고, 서울대 박세일 교수는 정부가 국민경제수준에서 임금인상률 결정을 위한 객관적 지침을 내놓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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