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팽팽…초장부터 먹구름 |막 오른 임시국회 쟁점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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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정국의 흐름을 가름할 고비로 간주돼 온 제145회 임시국회가 13일 시작됐다.
5공 청산과 특위종결이라는 최대 현안을 다루어야 할 이번 임시국회의 전도는 초장부터 짙은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 여야간의 의지가 팽팽하게 평행선을 긋고 있고 양쪽 모두 한치의 양보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여야간의 대결상은 11일 열린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민주당 총재간의 회담결과에서도 그대로 재확인됐다.
노-김 회담은 5공 청산의 교착상태를 더 한층 답답한 국면으로 빠뜨리는 결과만 낳았다.
양자회담에서 거론된 △5공 청산에 따른 특검제, 전·최씨 증언, 정치자금 조사 △중간평가 △지자제 △북방외교 △노사분규·물가 등 민생문제 등은 모두 이번 국회에서 다뤄질 사항이나, 여야 고위 지도자가 모두 최종적 의견에서 도무지 좁혀질 수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오히려 여야의 운신 폭을 한정시켰다고 풀이된다.
이번 국회의 최대 현안은 각종 특위의 종결여부다.
민정당 측은 13일 5공 특위부터 차례대로 특위종결을 일방적으로 선언할 방침이다. 관건이 되고 있는전·최씨 증언은 서면에 의한 간접증언으로 끝내고 5공 비리조사는 검찰수사로 완결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생각이다.
민정당 측의 특위 종결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이번에는 기어코 특위 정국에서 탈출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야당측이 특위종결에 동의해 주지 않는다면 일방적 회의불참으로 밀어붙일 작정이다.
민정당 측은 야당이 불응하면 5공 청산여부에 대해 국민의사를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없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다.
물론 야당측이 이를 받아줄리 만무하다.
야당 측은 오히려 검찰 수사의 미횹 등을 이유로 △특검제의 입법조치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의 확대 △5공 및 광주사태 관계 인사들에 대한 사법조치와 아울러 △전·최씨의 국회출석 증언 요구, 동행명령장 발부 등으로 사건을 확대해 나갈 전략을 세우고 있다.
더우기 민정당 측이 임시국회 후 중간평가를 하겠다는 속셈을 계속 아리송하게 흘리고 있기 때문에 만약 있을지도 모르는 중간평가 국민투표에 대비해 미리부터 고지를 선점해 둬야 한다는 계산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야당 측은 끝내기가 어정쩡한 특위의 종결 책임을 민정당 측에 뒤집어 씌우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도 3야 공조의 겉모습을 유지하면서 대여 공동전선을 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번 공세는 대정부 질문에서 검찰의 수사상태나 노정부의 5공 청산의지 등에 대해 집중적인 표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어 야3당의 특검제 법안의 강행처리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 측은 이미 특검제를 저지키로 방침을 세우고 있어 특검법안의 처리과정에서 야당의 강행과 여당의 저지가 한관 대결로 나타날 것이다.
여야가 특검제 등 특위 종결을 놓고 대결 상태로 치닫게 되면 그 여파가 국회 운영 전반에 나타나 국회의 회의들이 절름거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민정당이 추진하고 있는 광주 보상법 등 특위 종결에 따른 법적 조치가 제때 처리되지 못함으로써 특위종결이 천연될 가능성도 있으며 그밖에 남북교류 특별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안기부법 등 악법개폐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야측은 5공 청산의 하나로 비민주 악법의 개폐에 진력할 방침인데 국가보안법·안기부법·사회보호법·집시법 등의 개폐에 여야 입장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또 한은법·정치자금법·노동법·교육법 등의 개정과 89년 예산에 편성된 농어가 부채대책비 2천억원의 예산 사용에 따른 농어가 부채 조정 임시조치법 제정 등에는 각당 뿐 아니라 관련 당사자의 이해마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처리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북방정책도 예외가 아니다.「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평민당이 이미 반대하고 나서고 있는 등 정부의 밀실주도 외교에 대한 야권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여당이 주력하는 민생문제 역시 각 당의 이해가 엇갈려 한바탕 소리가 날 가능성이 짙다. 최근의 부동산 등 물가난조 및 치안부재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화염병 규제법안 제정에 대해 재야·학생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평민·민주당의 대응도 볼만한 사항이겠다. 이미 야3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노동 관계법의 개정·교육관계법의 개정 등을 싸고 정치권 밖의 목소리가 의사당 안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최근 부쩍 늘어난 사회 여러 이익단체들도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의 또 한가지 현안은 지방자치제 관련법의 개정 방향이다.
노-김 회담에서도 천명된 바와 같이 지방자치제의 실시방향에 대한 여야 간의 거리는 멀다.
민정당은 『단계적 실시』방침을 계속 고수하고 있어 지방자치 단체장의 직선에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여기에 야당 측 입장도 미묘한 것 같다. 노-김 회담에서 지방자치 단체장 직선에 대한 김영삼 총재의 요구는 별로 강력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야 간의 이견의 깊이가 이처럼 깊어 모두 정략적으로 대처하려는 속셈이 역력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자제 관계법의 개정은 어려워지고 실시 시기만 늦추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 모두 혼란과 동요, 불안이 겹쳐지고 있는 봄 정국에 대한 미묘한 전략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야당도 특위운영이 점점 부담이 되므로 그것을 떨쳐버리고 싶고 민정당은 청문회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앞으로의 정국 운영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누구도 쉽게 물러설 수 없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미 물가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따라서 노동자들의 임금투쟁이 치열해지면 가뜩이나 불투명한 봄정국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우려도 없지 않다.
국회에서의 여야 강경 대결은 계절적인 노동자의 임금투쟁과 학원의 소요를 증폭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의식이 정국의 수습 방향을 모색하는 쪽으로 선회하도록 할 수 있다.
노-김 회담으로 시작한 여야 개별 영수회담이 국회기간 중 계속 열려 불안한 정국을 진화하는 타개책을 마련할지 여부와 야3당의 공조에 의한 정국 공동대처 노력이 국회 운영과정에서 어떻게 투영될지가주목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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