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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7조대 최대 영업이익, 반도체가 13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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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삼성전자가 실적 신기록을 새로 썼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올렸다고 31일 발표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고, 매출은 지난해 4분기(65조9800억원)에 이어 둘째로 많았다. 실적 호조를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77%(13조6500억원)를 반도체로 벌었다. 이는 2016년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13조6000억원)보다 많다. 불과 2년 전 한 해 동안 번 금액을 한 분기 만에 벌어들인 것이다.

고사양 반도체, 디스플레이 호조 #3분기도 사상최대 실적 이어가 #내년에도 최대 실적 이어갈지는 #반도체·모바일 시장 상황에 달려

삼성전자는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했다. 경기도 평택 반도체 공장에 증설한 신규 라인이 가동되면서 64단 3D V낸드플래시, 10나노급 D램 같은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늘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에도 실적이 좋은 이유다. 삼성전자 측은 “이들 제품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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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부문은 매출 10조9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올리며 전 분기 부진을 털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88% 상승했다. 애플이 지난달 ‘아이폰XS’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이 늘었고, 중국의 저가 공세에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반등한 덕이다. 최근 중국 업체가 가격 상향 조정에 나서자 전체 LCD 가격이 상승세다. 가전 부문은 전 분기보다 매출(10조1800억원)은 3% 줄었지만, 영업이익(5600억원)은 9% 늘었다. 삼성전자는 초대형 TV를 비롯해 셰프컬렉션 냉장고, 플렉스워시 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 사업의 양대 축인 모바일(IM부문)은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실적 신기록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분기 IM부문 매출은 24조9100억원, 영업이익은 2조2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매출은 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나 줄었다. 모바일 부문의 전성기로 꼽히는 2013년 3분기 영업이익(6조7000억원)의 33% 수준이다. 불과 5년 만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점 논란의 이유였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는 4분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5%, 낸드플래시는 12%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4차산업 분야인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인터넷데이터센터나 스마트폰 등에 필요한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실적 감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호황은 그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높은 가격이 형성된 덕인데 가격이 떨어지면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서버·모바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하고 있고 수요 증가세가 공급 증가세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모바일 부문은 실적 부진을 벗어날 마땅한 ‘히든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다. 전략폰인 ‘갤럭시S9’은 판매 부진을 겪고 있고 ‘갤럭시노트9’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 사이 애플은 ‘초고가 전략’으로 고가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고 중국 업체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1~3분기 22조3000억원을 포함해 올해 31조8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쓴다. 삼성전자는 또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당 354원, 총 2조4046억원의 분기 현금 배당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배당 기준일은 10월 30일이며, 이달 20일 지급된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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