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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담벼락에 온 가을

중앙일보

입력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정동길에 온통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건물이 있습니다.
6층 높이 외벽이 비단결처럼 번지르르합니다.
지난여름 내내 초록빛 곱던 벽이 이젠 알록달록 물들었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바람이라도 얼핏 불면 잎이 손짓합니다.
불그레한 손들이 저마다 오라 가라 손짓하니 마치 벽이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약수동에서 만난 담쟁이덩굴입니다.
산과 산을 잇는 다리는 붉음과 푸름으로 나뉘었습니다.
마치 두 계절이 공존하는 듯합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오가는 길목에 참 많은 담쟁이덩굴이 눈에 띕니다.
평창동에서 만난 나무는 울긋불긋 담쟁이 옷을 입었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는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들도 있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어떤 것들은 나무 사이를 비집고 올라왔습니다.
어린 향나무는 잎이 가시마냥 억셉니다.
그 억세디억센 것을 뚫고 올라와 살아냈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양철 담장을 꼬물꼬물 올라 물든 담쟁이덩굴이 경이롭습니다.
뜨겁디뜨거웠을 한여름 양철 담장에서도 살아낸 붉음이라 더 그렇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담벼락을 올라 한옥 창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내 곧 문풍지를 뚫을 태세입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10m 높이의 담장을 빼곡히 덮은 데서 잎을 모아봤습니다.
크기, 색, 모양 등이 제각각입니다.
크기는 엄지손톱 크기에서 손바닥보다 큰 것이 있습니다.
색은 푸르거나 누르거나 붉거나 합니다.
모양새도 제각각이지만,
유독 두 가닥 혹은 세 가닥으로 나누어진 게 눈에 띕니다.
어린 담쟁이덩굴의 유년성(幼年性) 잎입니다.
빛이 조금이라도 새어 나가 아래에 있는 잎에 닿을 수 있도록 갈라진 것이라 합니다.
살아내기 위해 잎을 갈라 빛을 서로 나누는 그들의 삶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열매입니다.
담쟁이덩굴이 왜 포도과에 속하는지를 알 듯합니다.
잎 진 자리마다 작은 포도처럼 까맣게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는 흡착판을 이용하여 담벼락, 나무, 바위를 오릅니다.
생김새가 앙증맞은 청개구리 발처럼 생겼습니다.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담쟁이덩굴/ 201810

어떤 벽의 담쟁이는 잎이 거의 다 졌습니다.
잎 지고 나니 살아내 온 그들의 삶이 오롯이 보입니다.
남은 잎은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처럼 그렇게 대롱거립니다.
이렇듯 도시의 담벼락엔 가을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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